코로나19에 이어 슈퍼버그까지?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워싱턴 DC와 댈러스 2개 도시를 중심으로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칸디다속 진균(C. auris‧효모로 자라는 곰팡이의 일종) 감염환자가 수십 명 발생했다며 코로나 대유행으로 슈퍼버그의 확산도 우려된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1~4월 워싱턴 DC와 댈러스의 병원과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 22명이 이에 감염됐으며 감염자의 3분의 1이 한 달 내에 숨졌다고 밝혔다. 다만 사망자는 이미 중병에 걸려있던 상황이어서 그들의 사망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에는 4월 이후 감염자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2009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이 슈퍼버그에 감염된 미국인이 지난 8년간 2000명이 넘으며 대부분이 뉴욕, 뉴저지, 일리노이, 캘리포니아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이 곰팡이는 이렇게 일단 발판을 마련하면 청소카트, 정맥주사기 및 기타 의료 장비에 달라붙어 병원 내 감염은 물론 다른 병원에까지 침투하게 된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비교적 무해하지만 면역력이 취약한 중환자나 장기요양시설 거주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발병을 통해 미국 전역의 의료시설이 이 곰팡이의 새로운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이 이 곰팡이를 포함한 슈퍼버그의 확산을 가속화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염병 초기 몇 달 동안 의료진을 위한 개인 보호 장비 부족으로 코로나19 환자들 몸에 인공호흡장치(invasive mechanical ventilation)의 일부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이 슈퍼버그가 확산됐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병원에서 감염된 환자가 다른 병원이나 요양원으로 이송되면서 미국 전역의 의료기관이 이 곰팡이의 ‘신세계’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CDC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슈퍼버그는 매년 280만 명의 미국인을 감염시키고 이중 3만5000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이 슈퍼버그의 족쇄까지 풀어준다면 이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래저래 방역 당국이 쉴 틈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