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한국임상심리학회 '트라우마 증상과 대처법' 지침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참사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생존자들을 위해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심리적 안정 지침'을 31일 공개했다. 학회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뒤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정 기간 심리·신체적인 변화와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침은 갑작스러운 사고나 재난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반응을 다음과 같이 안내했다.
◇신체적 변화: △불면증 △몸의 떨림 △피로감 △식욕 저하 △폭식 △소화불량 △평소보다 심장박동이 빨라짐 △활력 저하
◇심리적 변화: △불안 △공포 △분노 △절망감 △지나치게 예민해짐 △악몽 △죄책감 △ 비현실감
학회는 일상에서 겪는 전형적인 트라우마 증상을 세밀하게 제시했다. 이러한 증상의 원형은 크게 △침습적 증상(사건 당시의 기억이 수시로 떠오르거나, 꿈으로 반복 재생되는 현상) △회피 △무감각 △지나친 각성 등이다. 이는 사고 당시의 괴로운 기억을 잊기 위해, 혹은 너무나 강렬해서 잊지 못하기에 나타나는 반응이다.
트라우마의 고통은 시간이 지나며 누그러지지만 부정적 영향을 방치할 경우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을 느끼는 본인의 극복 의지와 주변인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약물·상담·인지행동요법 등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임상심리학회는 트라우마 증상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우선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심리적 괴로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본인과 주변인의 행동 지침도 제시했다.
◇트라우마를 악화할 수 있어 되도록 피해야 할 행동
1. 혼자 있는 것: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자리를 피하고 혼자서만 지내려는 행동은 스트레스 반응을 더 가중할 수 있으며, 부정적인 생각에 더 몰두하게 만든다.
2. 자책: 사건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 자책하는 것은 깊은 우울감을 만들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건과 그로 인한 괴로운 기억의 원인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3. 술이나 담배에 의지: 자신을 돌보지 않고, 괴로움을 잊기 위해 술이나 담배 등 중독성 물질에 의지하는 행동은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사고와 관련된 기사나 정보에 몰두하는 것: 경험한 사고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행동은 트라우마와 관련한 증상을 더욱 불러올 수 있다.
5. 사고와 관련된 것을 무조건 피하는 것: 반대로 그렇다고 해서 사고와 관련된 장소, 정보 등을 무조건 피하는 것은 오히려 트라우마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감당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했기에 지금 느끼는 고통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라는 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심리적 고통 완화에 도움이 되는 행동
1. 심호흡, 복식호흡 등 안정화 기법: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근육이 긴장되고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호흡을 깊게 하거나 복식호흡을 하는 등의 행동은 긴장을 완화해 심신을 안정할 수 있게 돕는다.
2.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생활 유지: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은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이 된다.
3.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현재의 상황이 삶에서 힘든 시기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해 준다.
4. 주의 분산시키기: 심리적 괴로움으로 자해와 자살 등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땐 주의를 분산한다. 이전에는 해보지 않은 새로운 활동이나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 몰두할 수 있는 활동도 괜찮다. 트라우마를 자극하지 않는 영상이나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5.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나를 이해해 줄 주변 사람들을 만나서 도움을 요청하고 대화를 하는 것은 자신의 고통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경험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역할
1. 생존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2. 생존자의 고통이 지속된다면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3. 생존자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주의한다.
4. 생존자의 현재 상태에 관심을 갖고 보살핀다.
5. 생존자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나 조언 등을 제공한다.
이번 참사로 스스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심리적 괴로움이 느껴진다면 정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위기 통합 상담전화(1577-0199)에 연락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