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 죽음 떠올려도…뜻밖에 혈압 확↑
10분 회상 때 수축기 혈압 21mmHg나 상승…심장병 등 위험 높여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10분 동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이 평균 21.1mmHg, 이완기 혈압(최저 혈압)이 평균 8.1mmHg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간 강도의 운동 중 올라가는 혈압과 비슷한 수준이다. 혈압이 높을수록 갑작스러운 위험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최근 1년 사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 59명에게 고인의 죽음 이후 사무치게 외로웠던 순간을 잠깐 동안 회상하도록 요청했다. 그런 다음 이들의 혈압을 측정해 조사 전 혈압과 비교했다. 고인을 애도하는 슬픔이 큰 사람일수록 혈압이 더 많이 올라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메리 프랜시스 오코너 부교수(심리학)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뒤 크게 상심하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생각에서 연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여읜 뒤 자신도 죽을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은 역학 연구에서 오랫동안 보고돼 왔다. 부모, 형제, 남편 또는 아내,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연구팀이 참가자와 인터뷰할 때 사용한 ‘슬픔 회상(Grief recall)’ 기법은 일종의 정서적 스트레스 검사에 해당한다. 오코너 부교수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만이 심장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상실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도 심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녀는 “죽음을 앞둔 사람을 돌볼 때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사람은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 또 심호흡, 마음챙김명상 등 이완요법을 이용해 슬픔을 억누르고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이 연구 결과(The relationship of prolonged grief disorder symptoms with hemodynamic response to grief recall among bereaved adults)는 ≪정신신체의학(Psychosomatic Medicine)≫저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