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도마뱀 꼬리의 연골 재생력, 골관절염 치료 활용?
미 남가주대 “조직 재생 막는 흉터 억누르는 ‘중격세포’ 등 재현이 관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의대 연구팀은 도마뱀이 잘려나간 꼬리를 재생하는 중요한 세포 유형을 연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정형외과 토마스 로지토 조교수(줄기세포생물학, 재생의학)는 “도마뱀은 연골을 많이 재생할 수 있으며 연골은 뼈로 바뀌지 않는다. 그 때문에 도마뱀의 연골 재생 능력이 마법과 같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에 따르면 미국 성인 약 3250만 명이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으며이 때문에 연골이 손상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국내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약 417만 8947명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도마뱀은 뼈로 변화하지 않는 연골을 재생할 수 있는 유일한 고등 척추동물이다. 연골 등 조직으로 부속기관을 재생할 수 있는 포유류와 가장 가까운 존재다. 사람은 성인이 된 다음에는 손상된 연골을 복구할 수 없다.
연구팀은 도마뱀이 위험에 닥쳐 꼬리를 잃은 뒤 연골을 재건하는 특이한 능력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조직 형성을 돕는 특정 세포(섬유아세포)가 거의 대부분 연골로 이뤄진 도마뱀의 재생 꼬리에서 연골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세포 유형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특정 면역세포(중격세포)가 조직의 섬유화 또는 흉터를 억제해 연골의 재생 과정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알아냈다.
연구팀은 섬유아세포, 중격세포 등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해 연골 재생 과정이 시작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로지토 조교수는 “사람은 조직에 흉터가 생기는 경향이 있고 흉터가 조직 재생을 방해하는 데 비해, 도마뱀은 그렇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또 “뛰어난 치유력을 지진 유기체가 조직을 재생하는 방법을 잘 이해하면 포유류에서 이런 과정을 재현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단일 세포 RNA 시퀀싱을 이용해 도마뱀의 흉터를 막는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 과정을 포유류에서 재현하는 게 향후 핵심 연구 방향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도마뱀의 연골 재건 과정을 재현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도마뱀 꼬리에서 중격세포를 뽑아내 흉터를 억제하는 재생 촉진 면역세포가 없는 다리에 이식했다. 연구팀이 꼬리와 비슷한 환경을 재현한 결과, 연골이 도마뱀 다리에 성공적으로 형성됐다.
연구팀은 생쥐 등 포유류에서도 연골이 형성될 수 있는지 실험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Single-cell analysis of lizard blastema fibroblasts reveals phagocyte-dependent activation of Hedgehog-responsive chondrogenesis)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