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운다고 영상 보여주다간... "발달 3배 느려진다"
4시간 넘게 동영상 보는 아이, 의사소통과 문제해결 능력 등 발달 느려
미국 CNN은 21일(현지시간)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이 7,097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1세 때의 과도한 동영상 시청이 언어능력, 소근육 운동, 문제 해결력, 사회적 기술 발달 지연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2013년 7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추적 조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미국 의학협회 《소아과학(JAMA Pediatrics)》저널 최신 호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 하루 동영상 시청 시간이 1~4시간인 아이의 경우 2세 무렵 의사소통 및 문제 해결 능력 발달이 느릴 가능성이 최대 3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4시간이 넘게 영상을 시청을 한 아이는 언어능력 발달이 느려질 가능성이 4.78배, 소근육 운동 능력이 평균보다 떨어질 가능성은 1.74배, 개인 및 사회적 기술 발달 지연을 겪을 가능성은 2배 더 높았다. 단, 만 4세 이후에는 발달 속도를 회복해 의사소통과 문제해결력 정도의 발달 지연 가능성만 남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2~5세 어린이의 동영상 시청 시간을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영상에 빠진 아이, 말할 동기가 없어진다
동영상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직접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언어능력 발달이 더뎌진다. 존 허튼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 메디컬 센터 소아과 부교수는 "아이들이 말을 하고 싶고 또 말을 하면 칭찬을 받는 환경이 중요한데 동영상에 빠지면 직접 말을 하고 연습할 시간과 동기를 잃는다"라고 지적했다. 영상을 통해 훨씬 많은 단어를 들을 수 있지만 귀로 들어간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을 기회가 없는 것이다.
동영상 시청이 사회적 기술 발달을 지연시키는 이유도 비슷하다. 우리의 뇌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상대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 좋을 지 알아내려 움직인다. 하지만 영상을 보는 동안 뇌는 굳이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다. 동영상을 보느라 계속 앉아 있다 보면 운동량이 적어져 소근육 발달도 느려진다.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는 것도 부정적이다. 지루함을 느끼고 그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스마트폰 보다는 장난감을 쥐어주자
당장 급하게 해야할 일이 있거나 잠시나마 식사에 집중하고 싶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보다는 장난감이나 책, 스케치북 등을 건네는 것이 좋다. 동영상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면 되도록이면 교육용 콘텐츠를 시청하고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주는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순 암기형 정보가 넘치는 콘텐츠보다는 다소 어렵더라도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콘텐츠가 좋다. 짧은 동영상은 집중력과 이해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이왕이면 긴 영상을 선택하자.
아이들이 동영상을 조금이라도 덜 보게 하고 싶다면 부모가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영상을 보여줄 수 밖에 환경이라면 계획과 룰을 정해 올바른 습관을 기르는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 발달 지연, 동영상 시청만 원인은 아냐
이번 연구는 과도한 동영상 시청이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발달 지연에는 동영상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동영상 시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유전이나 방임, 학대 등이 빈번한 가정 환경, 경제적 요인 등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실제로 동영상에 노출되는 시간이 긴 아이의 어머니가 어리고,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으며 산후 우울증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