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나게, 무조건 높게'…콧대 왜 나날이 하늘 찌를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다른 곳에서 성형수술을 받으면 성형외과 의사들은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 직원의 코 '취향'이 저와 너무도 달랐습니다. 누가 봐도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코였습니다.
가운을 받아 입으며 "안녕하세요, 코.. 수술하셨네요."라며 제가 먼저 알은척을 했고, 직원은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네, 원장님. OOO 성형외과에서 수술했어요. 거기 아시죠? 코 확~ 높여주는 곳으로 유명하잖아요. 예약이 많이 밀려서 한참 기다렸어요."
"아, 그렇구나, 그런 느낌의 코를 좋아하시는군요. 수술 잘 됐네요."라고 대답했지만, 도통 그 코가 예뻐 보이지 않아 과연 이것이 칭찬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왕 수술 얘기를 꺼냈으니, 자리에 앉으며 이런저런 것들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늑연골(갈비연골)로 수술했어요?"
"네, 늑연골 써야 한대요."
"하긴, 그 정도로 많이 높이려면.. 써야겠죠. 그런데, 예약이 밀려 많이 기다려야 하나 봐요?"
"네, 대기가 너무 길어서 환자들끼리 수술 스케줄을 사고팔다 걸리기도 했다나 봐요."
"와, 정말 대단하네요."
본인의 취향이 확실하다면, 수술한 티가 나도록 코를 '확 높이는' 것이 꼭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코 수술을 하는 병원도 정석대로 안전하게 수술한다면, 고객의 '니즈'를 잘 해결해 주는 성형외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성형수술들이 과도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코끝은 수많은 균에 노출되어 있으며 움직임이 많은 곳이므로, 보형물을 코끝에 쓰면 감염이나 염증의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한때 쓰였던 긴 L자 보형물은 많은 문제를 일으켜 현재는 시장에서 퇴출된 수준입니다.
코끝 성형수술 시에 가장 널리 쓰이는 자가조직은 귀 연골, 비중격 연골, 늑연골 등의 자가 연골입니다.
재수술이 아닌 첫 수술에서는 늑연골을 써야 할 일이 흔치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성형외과 의사들이 오랫동안 가져온 ‘상식’이었습니다.
십수 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한 성형외과에서 늑연골을 이용한 코 성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였고, 많은 성형외과 의사들이 '굳이 첫 수술에 늑연골을 써야 하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좀 더 높은 코를 바라던 일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그 병원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대중들의 코 수술 취향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은 성형외과들이 늑연골 코 수술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첫 수술에 늑연골을 쓰는 것이 드물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첫 수술에 일단 늑연골부터 권하는 곳들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늑연골을 이용한 코 수술이 늘면서, 코를 '수술한 티가 나도록 확 높이는' 경향이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이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더 알기 힘들어졌습니다.
늑연골 코 수술이 그 자체로 나쁜 수술은 분명 아닙니다.
가슴에 흉터를 남기고 수술비가 꽤 비싸지만, 검증받은 안전한 수술법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굳이 수술한 느낌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라면, 첫 수술부터 늑연골이 꼭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요즘 대세라는 '자연스럽고 화려한' 코 역시 대부분 늑연골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의 코가 20년 전과 달라지지는 않았으니까요.
저는 여러 번 재수술했던 코에서는 늑연골을 쓰지만, 첫 코 수술에는 늑연골을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따르고 존경하는 코 수술 분야의 명의 선생님들도 첫 수술에는 늑연골을 쓰지 않습니다.
코 성형수술,
'티 나게, 무조건 더 높게' 보다
조금만 힘을 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