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감량 신약, 지방간 치료 효과도 탁월"
레타트루타이드 8개월 복용한 비만환자의 간 지방 80% 이상 제거돼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얻은 혁신적 체중 감량제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르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젭바운드(성분명 티제파타이드) 둘이 있다. 둘 다 배고픔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느끼는 데 관여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수용체 작용제’에 기반했다.
잽바운드는 여기에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자극 폴리펩타이드(GIP)’라는 호르몬을 추가했다. GIP는 지방세포를 분해하고 메스꺼움을 줄여준다. GIP는 체중 감량 효과가 미비하지만 GLP-1과 함께 작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레타트루타이드는 일라이 릴리가 젭바운드의 후속작으로 개발 중인 체중 감량제로 GLP-1과 GIP에 다시 글루카곤(GCG)까지 3중 호르몬 작용제로 설계됐다. 레타트루타이드는 주사제로 개발 중이고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은 알약으로 개발 중이다. 지난 6월《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일주일 1회 주사하는 레타트루타이드는 11개월만에 비만환자의 체중을 약 4분의 1 감량해 위고비와 젭바운드를 능가하는 약효를 자랑했다.
그 논문 연구진이 AASLD 학술회의에서 추가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레타트루타이드가 비만인의 간 주변에서 과도한 지방을 제거해 지방간 질환 치료효과도 뚜렷하다는 것이다. 발표를 맡은 버지니아커먼웰스대(VCU)의 아룬 산얄 박사는 “지방이 간에 실질적 위협이 되기 전 지방간의 진행 초기에 지방을 제거해 비만으로 인한 장기적인 심장, 대사, 신장 및 간 관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간과 그 주변에 높은 수준의 지방이 축적되는 것은 비만의 흔한 부작용이며, 종종 제 2형 당뇨병 진단과 함께 발생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최대 70%가 간 건강에 해로운 수준의 지방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레타트루타이드의 지방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98명의 비만 성인을 무작위로 배정해 고용량 또는 저용량의 약물을 주사했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향후 8개월 동안 각 환자의 간 지방 수치 변동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임상시험을 마칠 무렵 레타트루타이드를 8㎎(저용량) 투여한 사람은 간 지방이 평균 81.7% 감소했고 12㎎ 고용량 투여한 사람은 간 지방이 평균 86%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산얄 박사는 “놀랍게도 48주째에 고용량을 투여한 환자의 93%가 간 지방이 5% 미만으로 떨어질 정도로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간 지방이 5% 미만으로 감소했다는 것은 환자가 더 이상 지방간으로 진단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산얄은 박사는 이러한 개선효과를 “매우 극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비만 환자의 경우 75%가 간에 과도한 지방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 초기 간질환 환자의 간 지방을 제거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8개월간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저용량 레타트루타이드를 복용한 사람들은 체중이 약 24% 감소한 반면, 12mg 용량을 복용한 사람들은 평균 약 2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는 동료 심사를 거친 학술지에 게재되기 전까지는 예비 연구 결과로 간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