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이 개발한 성형 수술법"...이 말에 속지 않으려면?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첫째, '특별한 수술법'을 경계하라
의학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학문입니다. 대개의 표준 수술법은 수십 년간 사용되며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것입니다. 새로운 수술법이 기존 방법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하려면 이를 뛰어넘는 상당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상식적으로 보아 '원장님만의 특별한 수술법'이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의사들에 의해 검증된 방법보다 우수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원장님이 개발한, 원장님만의 특별한 수술법" 같은 광고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내가 개발한 수술법"이라는 표현은 해당 수술법이 기존 방법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이겠지만 실제로는 과장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수술법들이 기존 수술법들과 차별이 되기 위해서 충분한 임상 실험과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원장님만의 특별한 수술법'이 충분한 과학적 검증을 거쳐 신뢰할 수 있는 효과와 안전성을 가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성형외과에 국한되지 않겠지만 안타깝게도 '원장님이 개발한 수술법'이라는 식의 홍보가 가장 흔했던 곳이 성형외과일 것입니다. 한때 '특허 받은 수술법'이라는 광고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술방법이나 의료행위는 특허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특허 받은 수술법'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OO 수술 개발'의 실상을 잘 살펴보면 다음 경우에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이미 있던 수술법인데 자신이 개발했다고 착각하는 경우
- 기존 수술법의 일부를 약간 변형하여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
- 아무 내용 없이 홍보용으로 이름을 붙인 경우
물론 실제로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여 널리 시행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수많은 의사들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검증하여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수술법은 이미 '원장님이 개발한, 원장님만의 특별한 수술법'이라고 불리지 않습니다.
둘째, 간단하고 빠르지만 효과는 더 좋다는 수술을 경계하라
기존 수술법보다 더 간단하고 회복도 빠르며 비용도 저렴하지만 효과도 더 좋다는 수술은 좋은 수술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수술 방법은 각기 나름의 '위상'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A와 B 두 가지 수술법이 널리 시행되는 상황에서 A 수술법은 간단하고 회복이 빠르며, B 수술법은 복잡하고 회복이 오래 걸린다면 효과 면에서는 수술법 B가 더 좋을 가능성이 큽니다.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회복이 오래 걸리는 수술법이 단순하고 빠른 수술법보다 효과가 더 좋지 않다면 도태되어 사라졌을 것입니다.
수술법이 두 가지 뿐이라도 이런 위상의 차이가 생깁니다. 대개는 같은 진단에서도 상태에 따라 여러 수술법이 함께 시행되므로 여러 수술법들의 '위상'은 '층위'를 이루게 됩니다. 간단하지만 효과가 적은 방법들과 좀 더 규모가 크지만 효과가 큰 수술법들이 마치 계단처럼 각각의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수성을 인정받아 '표준 수술법'으로 자리잡은 수술법들 중 조금 더 복잡하고 불편한 수술이 아마 효과가 더 좋을 것입니다. 마을버스는 마을버스의 역할이 있고, KTX는 KTX의 역할이 있습니다. 마을버스처럼 적은 비용으로 간편하고 부담 없이 타서, 편안하게 서울 부산을 오갈 수 있다고 말한다면, 아마도 그 교통수단은 그리 안전하고 빠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기존 수술보다 간단하고 빠르며 비용은 덜 들지만 효과는 더 좋은 수술이란 존재하기 힘듭니다.
기존 수술들과 차별된 특별한 수술법은 기존 수술법의 맥락마저 뛰어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십수년전 본인만의 특별한 수술법을 자랑하며 많은 환자를 끌어들였던 성형외과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폐업하고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수술 받았던 분들은 여러 문제들로 재수술을 위해 여전히 절 찾아 오십니다.
좋은 수술 결과는 대개, ‘수술법의 특별함’에서 오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정확하게 진단하고 분석하여 적절한 해결방향을 찾고 검증된 방식의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성형외과 의사로 살아온 20년 동안 깨달은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과서에 실린 수술법을 교과서적으로 제대로 시행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