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속도가 ‘이 정도’는 돼야, 뇌기능 정상?
보행속도 ‘초당 0.8m’(1분에 48m 걷는 속도) 미만인 노인의 86%가 뇌파에 이상
그렇다면 나이든 사람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보행속도는 대략 얼마나 될까? 영국 애스턴대 노화건강연구센터, 쿠바 장수노화건강연구센터 등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중 보행속도가 초당 0.8m 미만인 사람의 약 86%가 뇌파에 이상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는 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노인의 경우 뇌파의 주파수 구성에 비정상적인 변화가 생기고, 이는 인지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보행속도가 초당 0.6m 미만으로 뚝 떨어지면 요양원·요양병원 입원 및 사망과 연관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쿠바 아바나 노인 95명을 분석한 결과다. 이 연구 결과(Association between gait speed deterioration and EEG abnormalities)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
영국 애스턴대 발리아 로드리게스 박사(신경생리학)는 “보행속도가 초당 0.8m 미만인 사람, 즉 1분에 48m를 채 걷지 못하는 사람은 뇌파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보행속도가 인지기능 저하의 조기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도 잘 살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평소 걸음걸이가 1분에 60m 이상(초당 1.0m 이상의 보행속도) 걸을 정도로 빠르고 활력이 있다면 뇌가 매우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는 건망증, 물건 분실, 방향감각 상실, 적절한 단어 찾기 어려움 등이 꼽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또한 보행속도가 초당 0.8m 미만인 사람은 뇌파 이상이 발생할 위험이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 기능 장애를 일으킬 위험도 87%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행속도의 저하와 뇌파의 느린 주파수 구성이 나이든 사람들의 뇌 건강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근력은 매년 1.5%씩 감소하고, 60세 이후엔 매년 3%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