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를 쥐어 짜는 것 같다"...낙태약 먹은 후 통증, 생리통보다 심해

생리통 수준의 통증은 잘못된 설명...절반 이상이 깜짝 놀라

낙태약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더라도 그 통증은 산통에 버금가기도 한다. 생리통 수준으로 통증이란 잘못된 설명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원치 않는 임신을 낙태약(경구용 임신중단 약물)으로 지우더라도  출산에 버금가는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낙태약은 생리통 수준의 통증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정이지만 많은 여성이 큰 고통에 놀란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영국 성 및 생식 건강연구원 연구진은 약물 낙태 이후 설문에 응한 영국 여성 약 1600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이 조사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진행됐다.

연구진은 직접 경험한 통증과 이를 친구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를 물었다. 절반(49%)가량이 자신이 직접 겪은 통증이 예상보다 컸다고 대답했다. 여성 10명 중 9명(92%)은 통증이 1에서 10까지 척도에서 4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약 42%는 8 이상의 통증을 느꼈다고 답했다.

한 참가자는 “통증이 생리통보다 훨씬 더 강했다”면서 “세 번 출산했는데 그 통증은 경련성 수축 통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누군가 내 복부 근육을 쥐어짜는 것 같고, 내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모든 여성이 심한 통증을 경험한 것은 아니다. 한 참가자는 “일반적인 생리통처럼 느껴졌지만 조금 더 심했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한 여성들은 상담이나 전단지를 통해 얻은 정보가 약물 낙태 시술에서 예상되는 고통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약 3분의 2는 필요하면 여전히 낙태약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8명 중 1명(13%)은 외과적 낙태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들 중 80% 이상이 통증을 그 이유로 꼽았다. 외과적 낙태를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은 평균 통증 점수가 8.5점이었다. 낙태약을 다시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사람들은 약 6점이었다.

한나 맥컬록 연구원은 “생리통은 낙태약의 통증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오래 사용되어 왔다”면서 “이는 실제 경험과 일치하지 않고 환자의 기대치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임신 자문 서비스(British Pregnancy Advisory Service)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약물 낙태 전에 환자에게 조언하는 방식을 바꾸도록 촉구했다.

이 연구는 ‘BMJ Sexual & Reproductive Health’ 저널에 ‘Expectations and experiences of pain during medical abortion at home: a secondary, mixed-methods analysis of a patient survey in England and Wales’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편, 한국에서 낙태약 사용은 제한적이다. 2021년 1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낙태죄 조항이 효력을 상실했지만, 낙태약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와 허가는 아직 명확히 마련되지 않았다.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 같은 약물은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되지 않았다. 정확한 용량이나 의료 감독 없이 비공식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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