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 CDC, NIH가 멈췄다"

트럼프 지시로 미국 연방보건기관의 홍보 및 대외업무 올스톱

미국 FDA.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보건기관의 홍보 활동과 대외업무를 일시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립보건원(NIH) 등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은 정기 보고서, 인터넷 고지, 건강 권고는 물론 출장과 공동회의, 연구보조금 같은 외부 커뮤니케이션 활동 일체가 중단됐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와 CNN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 기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런 지시가 21일 내려졌다. 도로시 핑크 보건부 장관 대행은 이 지침이 2월 1일까지 시행될 것이며 보건복지부 직원 전체에 적용된다는 추가지침을 내렸다.

이 메모는 보건 기관 직원들에게 규정, 지침, 공지사항, 소셜 미디어, 웹사이트 및 보도자료를 포함한 모든 문서와 커뮤니케이션을 발급하기 전에 대통령 임명권자의 검토와 승인을 받도록 지시했다. 또한 직원들에게 승인 없이 공개 연설에 참여하지 말고, 국회의원이나 주지사에게 공식 서신을 보내기 전에 대통령 임명권자와 협력할 것을 지시했다.

이 조치로 인해 새로운 연방 보조금 발행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 열리기로 한 암 연구자 회의도 열리지 못했다. 조류 독감 퇴치의 교훈에 대한 새로운 과학 보고서도 발표되지 않았다. 보건 기관 운영에 대해 궁금한 의회 직원들을 위한 비공개 브리핑도 사라졌다. CDC의 이환율 및 사망률 주간 보고서는 예정됐던 23일에 발표되지 못하면서 조류독감 정보 업데이트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 주로 예정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퇴치법 회의와 보건 정보 기술 리더 서밋 회의도 연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23일 이 같은 조치가 대통령 교체의 일환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이번 주부터 출근한 스테파니 스피어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보건복지부는 긴급 상황이나 건강 보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중요하지 않은 대중 커뮤니케이션과 공개적인 모습에 대해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며 "이는 새로운 인수팀이 검토 및 우선순위 결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짧은 일시 중단"이라는 성명을 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로버트 F. 케네디 선거캠프 대변인 출신이다.

이 지침에 정통한 소식통은 차기 행정부가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검토를 위해 일시 중지를 요청한 것은 전혀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명령의 범위는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람은 지난 두 행정부 출범 당시 발령된 통신에 대한 유사한 제한이 없었으며, 직원들이 자신의 일자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CDC, FDA, NIH를 포함한 보건 기관들은 식품 리콜, 의약품 및 의료 기기 승인, 자연 재해 및 전염병을 포함한 진화하는 공중 보건 위협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조류독감(H5N1) 발병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면밀히 추적하고 보고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비영리 건강재단인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RWJF)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전 CDC 국장 대행인 리처드 베서 박사는 "CDC가 우리 건강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추적하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며 일시 중단 조치의 즉각 해제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CDC는 소, 새, 사람의 조류 독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음식과 관련된 발병이 있을 때마다 질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고, 미국 또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병이 발생하고 있는지 알려준다"며 "CDC와의 통신을 차단하면 우리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게 되고 지역사회의 의사, 간호사, 공중 보건 지도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방 보건 당국자들에 따르면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고위 정무직 인사들이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CDC가 발표한 주간 과학 보고서의 용어 변경을 추진했던 것의 재판이라는 것. 이번 조치는 이번 주부터 출근하기 시작한 스피어 대변인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4년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공보비서관 겸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한건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