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운전 2시간, 맥주 '이만큼' 마시는 피로 일으킨다?
야맹증 일으키는 항우울제·항히스타민제·항정신병약 복용자, 밤길 운전 조심해야…안구건조증·백내장·녹내장 환자, 밤 운전 피하는 게 좋아
야맹증을 겪는 사람은 밤길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이들은 눈이 어둠과 다가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사이를 조절할 수 없다. 다른 차량에 대한 초점이 잘 맞지 않고, 거리 감각이 망가져 정확한 거리를 판단하기 어렵다.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병원 이사벨 디킨스 박사(안과 전문의)는 "밤눈이 어두운 사람은 평소에도 컴컴한 곳에서 넘어지거나 가구나 벽에 부딪혀 부상을 입을 수 있다"며 "야맹증에는 몸에 멍이 든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항정신병약 등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특히 밤길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이들 약물은 동공의 크기와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맹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는 안구건조증(눈물이 적게 생성)과 녹내장(눈의 시신경과 혈관 손상), 백내장(수정체에 생긴 혼탁한 부분 탓에 빛의 통과 방해) 등을 꼽을 수 있다.
밤길 운전 2시간, 맥주 1000cc 마시는 것과 비슷한 피로 일으켜…중간 휴식 필수
하지만 이런 약물 복용과 질병 외에도 나이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디킨스 박사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눈은 빛의 변화에 더 느리게 반응하고 시력이 떨어진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는 "노화로 인해 눈의 원추체 수가 줄어들고, 동공이 작아지고, 홍채 근육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 결과(2011년)에 따르면 밤길 운전을 내리 2시간 하는 것은 맥주를 1천cc 마시는 것과 비슷한 피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이나 귀성 중 2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한다면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밤눈이 어두운 사람은 빛 반사를 줄이고 선명도를 높여주는 '야간 운전용 안경'을 착용하는 게 좋다. 다가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눈부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디킨스 박사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 편광 운전 안경은 눈부심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야맹증의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야간운전용 안경, 밤길 운전에 도움"…안경렌즈∙차량유리 청결, 백미러 야간모드 사용도
야맹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되는 약을 먹고 있다면 담당의사나 약사에게 반드시 문의해야 한다.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약으로 바꿔 먹을 수 있다. 안구건조증은 인공눈물로, 녹내장은 안약∙레이저치료∙수술로, 백내장은 흐려진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로 바로잡을 수 있다.
밤길 운전에 앞서 안전 운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경 렌즈를 자주 닦고, 안경에 난 흠집을 안경점에 가서 없애는 게 좋다. 또한 차량의 앞 유리 양쪽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 다가오는 차량이나 물체를 최대한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눈부심을 일으키는 불빛(대시보드 조명)을 어둡게 하고, 백미러의 야간 모드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