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증상 '성병' 치부해"...어리다고 암 검사 거부, 2년만에 '이 암' 무슨 일?
자궁경부암 증상 겪고도 어린 나이라며 암 검사 거부 당하고 성병 검사만 권유받아...증상 나타난지 2년만에 자궁경부암 진단 받은 여성 사연
영국 일간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올해 35세인 비키 엘리스는 25세에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10년 전, 장기 여행을 앞두고 설렘에 가득 차 있던 비키는 허리 통증과 골반 통증을 겪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이 증상들이 자궁경부암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23세부터 증상을 겪기 시작한 비키는 병원을 여러 번 찾았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그는 "의사들은 자궁경부암일 리 없다고 단정 짓고 증상을 성병 취급하더라.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몇 번이고 성병(STI) 검사 클리닉으로 보내졌다. 그곳에 갈 때마다 너무나 굴욕적이었다. 마치 나와 내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웠다는 의심을 받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성병 결과는 늘 음성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아무 이상이 없다고 생각한 비키는 당시 남자친구였던 스콧(현재 남편)과 함께 호주로 떠났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스콧 가족의 건강 문제로 인해 2년 뒤 영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25세가 된 비키는 영국 NHS에서 제공하는 자궁경부암 검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영국에 돌아온 후 비키는 첫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았지만, 며칠 뒤 결과가 불분명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어진 두 번째 검사에서 비정상적인 세포가 발견됐고, 이후 자궁경부 확대경 검사(colposcopy)와 MRI를 통해 그는 1A2 단계(미세침습성 자궁경부암)의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처음 증상을 겪은 지 2년이 지난 후에야 암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이후 비키는 런던의 로열 마스든 병원으로 이송돼 추가 검사를 받은 후 자궁경부의 대부분과 복부 림프절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암은 완전히 제거됐다.
부끄럽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자궁경부암 검진 안 받는 경우도 많아
그러다 2020년 5년간의 암 추적 검사 마지막 해를 맞아 비키는 자선 단체를 위해 2,000파운드(약 320만 원)를 모금하고 머리카락 14인치(35.6cm)를 기부하는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그 이후 검사에서 의사들은 이상 소견을 발견했고, 암의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비록 암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비키는 예방적 차원에서 자궁적출술(hysterectomy)을 선택했다.
영국에서 1월 21일부터 28일까지 자궁경부암 예방 주간(Cervical Cancer Prevention Week)을 맞아, 비키가 진단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궁경부암 검진의 중요성을 알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5월 셋째 주를 '자궁경부암 예방 주간으로 제정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46%가 자궁경부암 검진을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으며, 주요 이유로는 '부끄러움'과 '시간 부족'이 꼽혔다. 심지어 10명 중 1명은 "왁싱이나 면도를 하지 않아서" 검진을 미룬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비키는 "검진을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받아라. 부끄러움이나 시간 부족 같은 이유는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 내 이야기를 읽고 단 한 명이라도 '검진을 예약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내 역할을 다했다고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한 암, 예방 통해 완치 가능 높아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에 해당하는 자궁경부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부분 고위험군 HPV(특히 HPV 16형과 18형)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 주로 HPV는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며, 감염 자체는 흔하지만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자궁경부 세포에 비정상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조기 성관계 경험 △다수의 성 파트너 △흡연 △면역력 저하(HIV 감염) △장기간 경구 피임약 사용△가족력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 여성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암 중 하나로, 조기 발견과 예방을 통해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암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1999년 여성 암 발생 순위 3위에서 2021년부터 11위로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의 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궁경부암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특히 20~30대 여성 암 진료 인원 중 각각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젊은 여성들도 정기적인 검진과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자궁경부암은 예방 가능한 암으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과 정기적인 자궁경부세포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해 암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현재 만 20세 이상 여성은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2년마다 무료로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