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트라우마가 자녀에게 유전? "정자 세포에 흔적 남겨"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유전자 발현 달라져

어릴 적 트라우마가 자녀에게 유전?
어릴 때 받은 스트레스가 크면 정자 세포에 그 흔적이 남아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다. 자녀에게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게이티미지뱅크]
어린 시절 받은 트라우마가 정자 세포에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모의 삶의 경험이 자녀에게 유전될 가능성이 있다.

핀란드 투르크대 연구팀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 남성 58명의 정자 세포를 분석해 DNA 메틸화와 작은 비암호화 RNA라는 두 가지 유형의 후성유전학적 마커(표지자)를 조사했다.

후성유전학은 환경적 요인이나 생활 습관에 의해 유전자가 발현(켜지고 꺼짐)하는 걸 연구하며, DNA 메틸화는 DNA 분자의 특정 부위에 메틸기(CH3)가 붙어 유전자 발현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작은 비암호화 DNA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짧은 RNA 분자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RNA는 DNA의 유전적 사촌으로서 핵에서 세포로 명령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트라우마 및 고통 척도( TADS)를 사용해 참가자의 어린 시절 스트레스를 측정했다. TADS는 정서적 또는 신체적 방치 및 성적 학대 등에 대한 기억을 물었다.

연구팀은 어렸을 때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특정한 작은 비암호화 RNA 분자가 다르게 발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has-mir-34c-5p’로 알려진 이 분자는 생쥐의 뇌 발달을 초기에 변화시켰다는 연구가 있다. .

연구팀은 또 ‘CRTC1’와 ‘GBX2’로 불리는 2개 유전자의 주위에 다른 DNA 메틸화 단면도를 주목했다. 이 유전자는 동물 대상 연구에서 초기 뇌 발달과 관련된 것으로 관찰됐다.

TADS 점수가 높은 남성의 정자는 낮은 남자의 정자에 비해 후성유전학적 프로필이 달랐다. 이런 패턴은 연구팀이 음주 또는 흡연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해도 그대로 유지됐으며 후성유전적 변화의 총합인 후성유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르쿠대 임상의학과 부교수 제트로 툴라리 박사는 “삶 초기에 발생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해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수십 년 뒤에도 지속됐다”면서 “이 변화가 자녀에게 전달되면 자녀의 초기 발달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벌레와 생쥐 등 실험동물 모델에서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자녀에게 전달됐다”면서 부모의 스트레스가 자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결론짓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지에 ‘Exposure to childhood maltreatment is associated with specific epigenetic patterns in sperm’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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