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혈액검사로 뇌출혈과 뇌경색 구별 가능"
뇌출혈이면 혈액에서 특정 뇌단백질 7배 높게 검출돼
뇌출혈 환자는 혈전으로 인한 발생하는 뇌경색 환자에 비해 신경교섬유질산성단백질(GFAP)이라는 뇌 단백질의 혈중 농도가 거의 7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따라서 뇌졸중 환자의 응급 이송 중 GFAP를 감지하는 혈액검사를 통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효과적인 치료에 착수해 뇌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
발표를 맡은 독일 루트비히스부르크(RHK) 병원의 러브-프리트 칼라 박사는 "이 두 가지 유형의 뇌졸중은 상반되는 치료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빠른 구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칼라 박사는 "뇌경색에서는 혈전 용해제로 막힌 혈관을 열거나 물리적으로 혈전을 제거해야 하는 반면 뇌출혈에서는 상승한 혈압을 낮추고 약물을 투여해 효과를 역전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뇌졸중이 진단되고 치료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더 많은 뇌 조직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료진이 뇌출혈과 뇌경색을 구별하는 방법은 뇌 영상촬영 결과를 보는 것인데 응급실을 거쳐 방사선과 진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
연구진은 GFAP가 뇌출혈 뇌졸중을 감지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고 착안했다. 이 단백질은 뇌세포가 손상돼 파괴될 때 혈류로 방출되며, 이미 외상성 뇌 손상을 평가할 때 사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뇌졸중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은 35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응급실로 가는 길에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휴대용 혈액 분석기를 사용하여 GFAP 수치를 검사했다.
병원에서 뇌 영상을 촬영한 결과 76명에서 뇌출혈, 258명에서 뇌경색이 확인됐다. 19명은 뇌졸중과 증세가 유사한 발작내지 편두통으로 밝혀졌다.
혈액검사 결과 뇌경색 환자에 비해 뇌출혈 환자의 GFAP 수치가 7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뇌졸중 모방 질환에 비해 뇌출혈 환자의 수치가 4배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연령을 감안했을 때 혈액검사를 통해 최대 95%의 정확도로 뇌출혈을 구별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혈액 희석제를 복용하는 뇌출혈 환자의 경우 GFAP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칼라 박사는 "대규모 연구를 통해 검증이 이뤄지면 이 혈액 검사법이 뇌졸중 치료에 혁명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혈압을 낮추고 혈액 희석제를 역전시키는 치료가 병원 전 단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어 임상 진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미래에는 사람들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혈액 희석제나 혈전 제거 치료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발표문을 검토한 미국 휴스턴에 있는 메모리얼 헤르만 병원-텍사스 메디컬 센터의 신경과 과장인 루이즈 맥컬러프 박사는 "이 연구는 표본 규모가 비교적 작은데다 현재 대부분의 구급차와 응급 의료 서비스에서는 이 혈액 검사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는 동료 심사를 거친 학술지에 게재되기 전까지는 예비 연구로 간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