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귀, 지금도 소리 나는 쪽으로 움직이려 한다?
흔적기관으로 남은 인간의 귀 근육 소리에 반응해 활성화돼
하지만 귀를 움직이지는 못해도 소리 나는 곳으로 귀를 쫑긋 세우려는 신경은 여전히 활성화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경과학의 최전선(Frontiers in Neuroscience)》에 발표된 독일과 미국 덴마크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귀의 움직임은 많은 동물에게 매우 중요하다. 특히 특정 소음에 주의를 집중하고 소음이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인간의 귀는 이러한 움직임을 거의 보여주지 않지만 우리 조상의 귀 방향 시스템의 흔적은 '신경 화석(neural fossil)'이라고 불리는 것에 남아 있다.
논문의 주저자인 독일 자를란트대 의대의 안드레아스 슈뢰어 박사과정 연구원(신경과학)은 "우리 조상들은 약 25만 년 전에 귀를 움직이는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신경 회로가 여전히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즉 더 이상 유용하지는 않지만 귀를 움직이는 구조의 일부가 뇌에 남아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인간의 이러한 근육의 움직임이 인간이 주의를 기울이는 소리의 방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인간이 소리를 집중해서 들을 때 이러한 근육 중 일부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청각에 문제가 없는 성인 20명에게 같은 장소에서 팟캐스트를 듣는 중간에 스피커를 통해 재생되는 오디오북을 동시에 듣게 하면서 3가지 설정을 적용했다. 가장 쉬운 1단계 설정은 오디오북보다 팟캐스트가 더 조용하고 목소리 간 높낮이 차이가 크도록 한 것. 2단계 설정은 오디오북보다 소리가 더 큰 두 개의 팟캐스트를 재생한 것. 마지막 3단계 설정은 두 개의 팟캐스트 중 하나를 오디오북과 비슷한 음조로 설정한 것이다.
슈뢰어 연구원은 "우리는 인간의 귀 운동 시스템이 열심히 듣는 것에 민감한지 알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텅 빈 식당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경우와 매우 붐비는 식당에서 누군가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경우를 떠올려 보라"고 설명했다.
각 참가자는 세 가지 설정을 두 번씩 경험했다. 그런 다음 방의 다른 위치에 있는 스피커를 사용해 이 작업을 반복했다. 연구진은 각 참가자에게 전극 세트를 착용하게 해 귀 움직임과 관련된 근육에서 생성되는 전기 활동을 기록했다.
각 실험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오디오북을 듣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이 인지하는 청취 노력과 오디오북에 집중하지 못하는 빈도는 가장 쉬운 설정에서 가장 어려운 설정으로 넘어갈수록 증가했다.
귀의 움직임과 관련 인간에게는 3개의 흔적기관이 남아있다. 앞귓바퀴근, 위귓바퀴근, 뒤귓바퀴근이다. 연구진은 귀를 위쪽과 바깥쪽으로 들어 올리는 위귓바퀴근의 활동이 가장 어려운 청취 조건에서 쉬운 조건과 중간 조건보다 더 큰 것을 발견했다. 또한 귀를 뒤로 당기는 뒤귓바퀴근은 소리가 참가자의 앞쪽보다 뒤쪽에서 들릴 때 더 많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슈뢰어 연구원은 "참가자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귀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연구결과는 사람의 귀를 움직이는 능력과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사람들이 귀를 움직이는 법을 배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른 연구들이 없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더 크고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슈뢰어 연구원은 "우리가 녹음한 신호에 의해 생성될 수 있는 귀의 움직임은 너무 미미하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인지할 수 있는 이점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이 귀 운동 흔적 시스템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많은 것을 성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neuroscience/articles/10.3389/fnins.2024.1462507/full)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