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수학을 못해" 라는 말...자녀도 '수포자' 만든다?
부모의 수학 불안이 자녀의 수학 실력에 장기적인 영향 미쳐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 킹가 모르샤니 박사팀은 부모의 '수학 불안(Math Anxiety)'이 어린 자녀의 수학 실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결과, 부모의 불안이 아이의 수학 성취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 '실험 아동 심리학(Experimental Child Psychology)'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탈리아의 126명의 부모와 그들의 자녀(3~5세)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장을 제시하고 동의 정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나는 수학이 포함된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나는 수학 관련 활동을 할 때 불안함을 느낀다."
"내가 하는 일에서 더 어렵고 많은 수학을 요구한다고 해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역방향 문항)
이 설문을 바탕으로 부모들의 ‘수학 불안’ 수준을 측정했다.
이후 연구진은 이들의 자녀들이 3~5세일 때 기본적인 숫자 이해력과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실시했다. 테스트에서는 숫자 세기, 간단한 덧셈 및 뺄셈 등의 기초 연산 수행 능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수학 불안이 높은 부모를 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부모의 아이들보다 수학 실력이 낮았다. 흥미로운 것은 부모의 학력 수준과 관계없이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들 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수학 실력을 8세까지 추적 조사했다. 유아기(3~5세)에 수학을 어려워했던 아이들은 8세가 되었을 때도 여전히 수학 성적이 낮았다. 즉, 어린 시절의 수학 실력 부족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부모의 수학 불안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부모가 숫자 관련 활동을 피하는 경향이다. 부모가 수학을 어려워하면,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숫자와 관련된 놀이 가령, 숫자 세기, 보드게임, 간단한 계산 놀이를 덜 하게 된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기본적인 수학 개념을 접할 기회를 잃게 되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번째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에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부모가 아이와 숫자 놀이를 하더라도, "엄마(아빠)는 원래 수학을 못해" 같은 말을 자주 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수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수학=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아이는 수학을 회피하게 되고 결국 실력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이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부모의 수학 불안이 높다고 해서 아이가 반드시 수학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수학을 싫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더라도, 부모의 영향으로 실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르샤니 박사는 "부모가 수학을 못해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연습과 경험을 통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며, 부모가 아이와 숫자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수학 실력을 키우기 위해 부모도 함께 학습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온라인 강의나 수학 학습을 통해 스스로 자신감을 키우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모르샤니 박사는 마지막으로, "수학에서 실수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를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다"며, "부모가 아이에게 '실수해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