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온몸 뜨겁다?"...감정 따라 몸 '이렇게' 반응, 2000년 전엔?

행복, 사랑, 분노...시대에 따라 감정 느끼는 부위 달라졌을까에 대한 연구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을 신체에서 어디에서 느끼는지를 지도화했으며, 각 감정이 특정 신체 부위에서 독특한 감각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감정이 신체에 나타나는 방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진=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사람이 감정을 경험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을까? 감정은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신체적 반응은 어느 정도 공통적인 패턴을 보인다. 하지만 역사적·문화적 요인이 감정 경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은 시대에 따라 감정을 느끼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신체 반응 연구와, 고대 문헌과 현대인의 감정 경험을 비교하는 연구를 인용해 소개했다.

감정 느꼈을 때 신체 반응, "공통적인 패턴 존재한다" 
2013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사람이 특정 감정을 경험할 때 신체의 특정 부위에서 감각이 강하게 나타나는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 감정을 떠올리게 한 뒤, 감각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위를 색칠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14가지 감정별 신체 반응이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것이 확인됐다.

행복과 사랑은 온몸에 따뜻한 감각을 퍼뜨리는 경향이 있었다. 두려움은 가슴에서 강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fight or flight)’ 반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노는 주로 팔과 손에 집중됐고, 우울함은 팔다리와 머리에서 감각이 둔해지는 특징을 보였다. 이 연구는 감정이 단순한 정신적 경험이 아니라 신체적 반응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감정별로 공통적인 신체 반응 패턴이 존재함을 시각적으로 입증한 연구로 평가받았다.

고대 문헌 분석, 감정 경험의 변화 가능성 제시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연구진은 현대인의 감정 반응 패턴이 과거에도 동일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고대 문헌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기원전 934~612년 사이에 작성된 고대 메소포타미아(현 이라크·쿠웨이트 지역)의 문헌에서 감정과 신체 반응이 연결된 표현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고대인들은 현대인과 유사한 감정 반응을 경험했지만, 일부 감정에 대해서는 다른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행복은 현대인과 마찬가지로 온몸에서 느껴지는 감정이었지만, 고대인들은 특히 ‘간(肝)’과 연관 지었다. 분노는 현대인들이 주로 가슴과 손에서 강하게 느끼는 것과 달리, 고대 문헌에서는 ‘발’에서 뜨겁고 격렬한 감정으로 표현됐다. 사랑 역시 현대인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온몸에서 느낀다고 하지만, 고대인들은 간, 심장, 무릎과 연관이 있다고 기록했다.

2023년 12월 국제학술지 iScience에 게재된 이 연구는 인간의 감정 경험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감정 경험이 시대에 따라 변화한 이유는...표현 방식의 차이 
과거와 현대의 감정 경험 차이는 사실상 감정의 생리적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기보다는, 감정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헌에서 감정과 신체를 연결하는 방식이 현대와 차이가 있었던 이유는 문화적·사회적 배경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현대인은 간을 소화기관으로 인식하지만, 고대인들에게 간은 감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요한 장기로 여겨졌던 것이다. 실제로 한자에서도 ‘간(肝)’이 용기를 의미하는 경우가 있으며, 영어에서도 ‘gut feeling(직감)’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등, 장기와 감정이 연결되는 사례는 여러 문화에서 발견된다.

분노를 발에서 느꼈다는 기록도 당시 사회적 맥락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고대인들에게 발은 이동과 전쟁을 의미하는 중요한 신체 부위였고, 이러한 맥락이 감정 경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감정을 느끼는 방식...언어적 표현 담은 텍스트 고려해야  
연구진은 이같은 연구가 인간이 감정을 경험하는 방식이 고정된 생물학적 반응인지, 아니면 시대적·문화적 요인에 따라 변화하는지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 주저자인 헬싱키 대학의 사아나 스바르드 교수는 “다만, 감정이 항상 같은 신체 부위에서 느껴졌는지, 아니면 시대에 따라 달라졌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고대 문헌이 실제 감정 경험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언어적 표현을 담은 텍스트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스바르드 교수는 “문헌은 텍스트이며, 감정은 실시간으로 경험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직접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감정과 신체 반응이 단순한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역사적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감정을 경험하는 신체 반응에는 공통적인 패턴이 존재하지만, 그 감정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감정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더욱 명확히 규명할 계획이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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