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남성만큼 ‘어둠의 3요소’ 보유자 많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성향이 다르게 표출될 뿐

“여성도 남성만큼 ‘어둠의 3요소’ 보유자 많다”
어둠의 3요소를 보유한 여성도 남성 못지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악마적 속성과 관련된 3대 부정적 성격특성을 일컫는 용어로 ‘어둠의 3요소(dark triad)’가 있다. 영어로는 나르시시즘(narcissism),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 사이코패시(psychopathy)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각각 자기애, 타인 통제, 동정심 결여다.

어둠의 3요소에 대한 연구는 남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찰스 맨슨과 테드 번디부터 이오시프 스탈린, 아돌프 히틀러, 도널드 트럼프까지 우리가 사이코패스 또는 나르시시스트라고 간주되는 대부분의 유명인은 남성이다. 영화나 소설 속 악당인 한니발 렉터(‘양들의 침묵’), 패트릭 베이트먼(‘아메리칸 사이코’), 노먼 베이츠(히치콕 감독의 ‘사이코’) 등도 남성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의 연구결과 어둠의 3요소를 보유한 여성도 남성 못지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선 남성과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 또 같은 이유로 남성용으로 개발된 진단 검사에서 발견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

임상 수준에서 나르시시스트 또는 사이코패스에 해당하는 사람은 각각 약 1~5%와 1%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 중 많은 이들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결과 약 3분의 1이 평균 이상의 어두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실에서 어둠의 3요소 중 일부를 지닌 사람을 접했을 가능성은 크다. 이러한 사람들은 권력과 통제에 대한 갈망이 있으며 종종 이기적이고, 냉담하며, 조작적이고, 기만적이며, 어느 정도 무자비하다.

약 1000명의 이탈리아 여성을 대상으로 어두운 특성과 기타 성격 특징을 조사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특성 수준이 높은 여성은 높은 수준의 공격성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그러나 그것이 표출되는 방식은 남성과 다를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이탈리아 비타살루테산라파엘레대의 안토넬라 솜마 교수(심리학)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더 많은 소문이 퍼지고 중상모략이 이루어지며, 남성들 사이에서는 더 직접적인 공격성이 표출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기애는 다소 남성적인 특성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국 런런대 시티 세인트 조지 의대의 아바 그린 교수(임상심리학)는 “자기애의 핵심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동일하다”며 “그들은 정당한 기대, 거창한 환상, 공감 부족을 표현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자기애가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거창한 자기애와 취약한 자기애다. 그린 교수는 남성이 높은 자존감과 외향성을 자랑하는 거창한 자기애를 가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여성은 내향성, 방어성, 낮은 자존감을 포함하는 취약한 자기애를 보일 때가 많다는 것을 밝혀냈다. 여성 나르시시스트들은 더 연약하고 자존감이 낮을 때가 많다.

그것은 여성에겐 자기자랑과 과시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적 풍토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 그린 교수의 가설이다. 그는 “자기애가 강한 여성은 사회가 허용하는 방식으로 타인을 괴롭힌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종종 자신의 여성성을 활용해 부드러운 말투를 쓰는 것 같지만 교활하고 계획적인 행동을 통해 거짓말을 하고, 타인을 속이고, 사람들을 통제한다는 것.

솜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동정심 결여, 타인 통제, 거창한 자기애를 가진 여성은 친화성(당신이 얼마나 친절한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사회적 일탈성(규칙이나 규범 위반)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취약한 자기애’를 지닌 여성은 다른 어두운 특성을 가진 여성보다 사회적 일탈이 적고 친화력이 높았다. 그들은 또한 편집증적 생각이 더 많았고, 정신건강도 최악이었다. 이는 잠재적으로 그들이 더 불안하고 적응하기를 열망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린 교수는 “그들은 종종 공감을 가장하는 데 더 능숙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특성을 자기애적인 특성으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그린 교수는 “자기애가 강한 여성 리더는 남성 리더만큼 평판 손상, 직원 이직, 괴롭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그들은 좀 더 교묘한 방식으로 행동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남성 리더가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이고 사회적으로 지배적일 수 있는 반면 여성 리더는 당신을 해고하도록 배후 조종해 놓고선 그 책임을 상급자에게 돌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하지만 이런 표면 아래에는 확실히 공격성이 숨어있다. 취약한 자기애는 거창한 자기애보다 관계에서의 공격성뿐 아니라 신체적, 언어적 학대와도 더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그린 교수는 “여성을 남성과 같은 관점에서 포착하라는 의미라는 점에서 ‘불편한 진실’”이라고 했다.

취약한 자기애는 여성에게 상당히 흔하게 분포하지만 현재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 등의 진단기준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포착되기 힘들다. 현재의 진단기준은 보다 남성적인 거창한 자기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여성들의 자기애는 종종 경계성 성격 장애로 오진 될 때가 많다고 그린 교수는 지적했다.

높은 수준의 자기애는 범죄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하다. 그린 교수는 시스템이 어떻게 여성 수감자의 취약한 자기애적 특성을 포착하지 못하는지 평가하기 위해 영국 교도소에서 새로운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타인 통제와 그 사촌이지만 좀 더 심각한 동정심 결여에서 여성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두 성향은 비슷하지만 타인 통제 성향이 강한 사람은 동정심을 결여한 사이코패스에 비해 충동 조절 능력과 장기적인 게임 운영 능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

연구자들은 현재의 표준 진단기준이 여성의 타인 통제 성향을 과소평가한다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타인 통제적 남성과 여성은 똑같이 냉소적이지만 남성의 경우 더 자신감 있고, 독단적이며 이기적인 경향을 보인다. 반면 통제적 여성의 경우는 더 양심적이긴 하지만 불안감이 크고 파트너를 의심하거나 속일 가능성이 더 크다.

사이코패스도 비슷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높은 수준의 매력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의 클라이브 보디 교수(심리학)는 “그들이 원하는 핵심 요소는 권력과 통제”이기에 “그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통제권을 얻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남자의 경우 폭력적인 협박 등 육체적인 방법이 더 많은 반면 여자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종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성적 매력을 이용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그린 교수는 “여성 사이코패스는 궁극적으로 사회가 허용하는 모든 것을 무기화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누군가를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것보다 파트너에게 자녀를 사용하거나 학대에 대한 허위 비난을 하는 것이 더 성공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교도소에서 자주 사용되는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같은 평가 도구는 남성 범죄자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둘 다 냉담함, 무자비함, 조작과 같은 특성을 포함하는 1단계 사이코패스와 충동성 및 반사회적 행동을 지닌 2단계 사이코패스를 구별해낸다. 여성은 폭력적이거나 범죄적일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2단계 사이코패스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아 전체 점수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을 평가할 때 1단계 사이코패스 항목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보디 교수는 지적했다.

1995년 ‘사이코패스 자가진단용 레브슨 척도’를 만든 마이클 레브슨은 남성의 무려 23%, 하지만 여성의 6%만이 다른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킬 만큼 높은 수준의 사이코패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보디 교수는 미국, 영국, 호주에서 913명(여성 570명)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남성의 28%, 여성의 19%가 1단계 사이코패스 진단에서 사회적 해약이 될 만큼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이코패스 연구는 여성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많이 이뤄지지 못했다. 2015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범죄자의 11~17%만이 사이코패스인 반면 남성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비율은 31%나 된다는 것. 그렇지만 최근 여성 살인자를 대상으로 한 이탈리아 바리대의 펠리체 카라벨레스 교수(법의학 및 정신의학) 연구에 따르면 여성 살인자의 대다수가 다양한 정신병 진단을 받았다. 특히 유죄판결을 받은 여성 살인자로 그 대상을 좁히면 약 40%가 임상적 차원의 사이코패스로 진단됐다.

살인범에 대한 또 다른 최근 연구에서 그는 여성 살인범은 남성보다 조작과 같은 주요 특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남성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행동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라벨레스 교수는 “여성의 경우 진단 도구가 남성보다 정교하지 않기 때문에 사이코패스 성향이 과소평가되거나 저평가될 수 있다”며 이 모든 것은 범죄 여성의 경우 별도의 진단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여성들의 부정적 면모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사회가 거부감을 보이는 편향성이 이런 ‘불편한 진실’을 감추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린 교수는 “여성이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심각한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이러한 다양한 행동을 하는 것을 외면함으로써 우리는 평등이란 개념을 훼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부드럽고 모성애가 강하다는 편견은 결국 리더십, 경찰, 정치와 같은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는 또다른 불평등한 사고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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