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강과 모낭에 사는 세균 활용해 약물 전달한다?

유산균과 여드름균 등을 이용한 약물전달법 개발 중

비강과 모낭에 사는 세균 활용해 약물 전달한다?
비강에 서식하는 세균을 통해 뇌에 약물을 전달하는 동물실험이 성공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까지 우리 몸의 세균을 활용해 약물을 전달하려는 노력은 주로 장내 미생물군에 초점을 맞춰왔다. 유전적으로 조작하기 쉬운 실험실의 일꾼인 대장균을 포함해 의료용 약물을 운반할 수 있는 세균이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체의 다른 곳에 서식하는 덜 친숙한 세균들을 활용한 약물치료법도 개발되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된 두 편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뇌에는 색소, 약물, 독물 등 이물질이 뇌 조직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뇌혈액관문이 있다. 이 때문에 뇌 신경세포 치료를 위한 약물 전달에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비강에 서식하는 세균을 통해 뇌에 약물을 전달하는 동물실험이 성공했다.

5일 《셀》에 발표된 싱가포르국립대 매슈 욱 창 교수(합성생물학)와 동료들의 논문은 비강 세균 활용해 비만 생쥐에게 식욕 억제 호르몬을 전달해 체중 감소에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창 교수는 “비강은 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강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은 상대적으로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그 첫 단계로 코에 어떤 잠재적으로 유용한 미생물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했다.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간주되며 건강 보조식품에도 사용되는 유산균의 일종인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의 5가지 계통을 포함한 여러 박테리아를 조사했다.

이후 후각 상피라고 불리는 막에서 발견되는 분자에 결합하는 능력을 지닌 균주를 걸러냈다. 후각상피는 비강 상부의 일부를 감싸고 있으며 후각에 중요한 신경을 통해 뇌와 연결된다. 박테리아가 코에서 뇌로 이동할 가능성은 없지만 일부 분자는 이 경로를 따라 확산될 수 있다.

연구진은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Lactobacillus plantarum)이라는 유산균이 그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세 가지 식욕 조절 호르몬을 포함한 다양한 분자를 생산하고 분비하도록 유전적 조작을 가했다. 8주 동안 매일 코에 이 유산균을 투여한 비만 쥐는 치료 기간 동안 식사량이 줄고 체중이 감소했다.

6일 《셀 시스템스(Cell Systems)》에 발표된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대의 하비에르 산토스 모레노 교수(합성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모낭에 서식하는 여드름균(큐티박테리움 아크네스)을 활용해 피부 세포에 보호 효소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자외선이 세포에 미치는 일부 손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라는 효소를 합성하고 분비하도록 여드름균에 유전자조작을 가했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피부세포를 자라게 한 뒤 자외선에 노출시켰다. 그런 다음 유전자조작이 이뤄진 여드름균이 분비하는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아제를 함유한 액체를 발라줬다. 이렇게 액체 처리가 된 피부세포는 그렇지 않은 피부세포보다 자외선 노출로 인해 불안정하고 잠재적으로 손상을 줄 수 있는 분자를 덜 생성했다.

두 논문을 검토한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의 섀넌 서크 교수(생명공학)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라면서 “약물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되도록 전달 효과를 개선할 수 있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캐미 레서 박사(합성미생물학)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약물 전달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과 유전자조작 세균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방법과도 씨름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첫 논문은 다음 링크(10.1016/j.cell.2025.01.017)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논문은 다음 링크(10.1016/j.cels.2025.10116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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