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기억회로 형성에 미토콘드리아도 중요 역할”

알츠하이머병과 자폐증 같은 신경장애와 연관성도 확인돼

“뇌의 기억회로 형성에 미토콘드리아도 중요 역할”
미토콘드리아로의 칼슘 흐름을 조절하는 미토콘드리아 칼슘 단일운반체(MCU)라는 단백질이 신경세포의 연결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뇌의 기억회로 형성에 미토콘드리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전문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버지니아공대 프랠린 생의학연구소의 섀넌 패리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뇌 기억 중추 중에서 사회적 기억과 관련된 ‘해마 CA2’ 영역을 생쥐 모델을 통해 조사했다. 그 결과, 미토콘드리아로의 칼슘 흐름을 조절하는 미토콘드리아 칼슘 단일운반체(MCU)라는 단백질이 신경세포의 연결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CA2 영역은 매우 작지만 사람을 기억하고 구별하는 사회적 인식의 중요한 허브다.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짝지어 기억하는데 이 영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이 해마 CA2의 신경세포는 특정 형태의 시냅스 가소성에 저항한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냅스 가소성은 신경세포접합부(시냅스)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것을 말한다. 신경세포의 시냅스 가소성이 좋냐 나쁘냐에 따라 기억 형성과 학습 능력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연구진은 CA2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균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신 신경세포 내 위치에 따라 미토콘드리아의 구조와 기능이 달랐다. 시냅스 연결에 있어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신경세포 수상돌기의 가장 먼 곳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특별히 전문화돼 있으면서 이를 위해 MCU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생쥐의 CA2 신경세포에서 MCU 유전자를 삭제했다. 그러자 가장 바깥쪽 시냅스에서는 가소성 장애가 발생했지만 세포체에 더 가까운 시냅스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패리스 교수는 “미토콘드리아의 다양성이 단순한 생물학적 특성이 아님을 시사하는 결과”라며 “동일한 신경세포의 여러 부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특징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토콘드리아의 다양성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뇌가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하고 적응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뇌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 밝혀내는 데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는 알츠하이머병, 자폐증, 정신분열증, 우울증과 같은 신경 장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는 연결 상태를 유지하고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이러한 세포 간 통신 채널의 기능을 방해해 사고와 기억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가장 먼 바깥쪽 시냅스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시냅스 연결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CA2 신경세포에서 MCU의 기능이 이러한 초기 약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CA2 신경회로가 특히 신경 퇴행에 취약한 이유에 대한 잠재적 설명도 제공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미토콘드리아의 다양성이 다른 신경 장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한다. 미토콘드리아의 특성을 미세 조정하는 신경세포의 능력은 자폐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CA2의 기능 장애는 자폐증의 특징 중 하나인 사회성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한 잠재적 설명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미토콘드리아가 신경세포의 모든 부분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통념에 도전한다. 대신 신경세포는 특정 시냅스에서 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수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경 에너지 조절 및 신경 가소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낳는다.

연구진은 또한 미토콘드리아가 신경 가소성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밝혀 냄으로써 뇌 기능을 보존하고 신경 퇴화를 늦추는 전략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에너지 결핍이 뇌 연결을 약화시키는 신경학적 장애에 대한 잠재적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85958-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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