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 방에 젊어진다?”…노화세포 제거하는 백신 임상시험 중?
노화세포 제거하는 노화억제제 및 노화예방백신 임상시험 단계 도달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은 소아암 생존자 50~60명을 대상으로 노화를 예방하는 장기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평균 연령이 약 40세인 참가자들은 6개월 동안 ‘노화억제제(senolytics)’를 복용하고 건강 개선효과를 점검 받는다. 화학적 합성제인 다사티닙(dasatinib)과 다양한 채소와 과일에서 발견되는 천연약물인 케르세틴(quercetin) 또는 피세틴(fisetin)이다. 그런 다음 5년마다 이러한 치료가 기대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에 취약한 소아암환자들은 암을 이겨내더라도 수명이 단축되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 임상시험 책임자인 세인트주드병원의 그렉 암스트롱 박사는 “소아암환자의 85%는 암은 이겨낼 수 있지만 심장병, 뇌졸중, 이른 암 재발 같은 만성 질환으로 인해 일찍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10년 전쯤 그 원인이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소아암 생존자들은 수명만 단축되는 게 아니라 신체적 쇠약도 빠르게 진행된다. 세인트주드병원의 물리치료사이자 임상역학자인 커스틴 네스 박사는 24~41세 소아암 생존자군의 심장 기능, 유연성, 호흡 능력 및 운동 범위를 평가한 결과 “30대에 70~80대와 비슷한 생리적 허약함을 보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소아암 생존자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노화세포 쌓여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노화다. 노화는 세포가 정상적으로 분열을 계속하지 않고 단순히 죽기를 거부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 때문에 ‘좀비 세포’로 불리는 노화세포는 이제 노화의 원동력이자 반영체로 여겨지고 있다. 일생 동안 우리 몸은 점점 더 많은 양의 손상을 입으며, 이로 인해 우리 몸 전체에 분포된 많은 세포가 노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아암 생존자는 강력한 항암치료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노화세포가 축적된다.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될 양이다. 네스 박사는 이런 노화세포의 축적이 기능 상실과 질병 위험을 초래하는데 거기에는 노화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멈추는 것 외에도 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SASP)으로 알려진 염증 분자의 흐름을 생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아암 생존자의 데이터를 보면 그들이 질 낮은 염증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래서 그들은 기분이 좋지 않고 잘 움직이지도 않게 된다”고 말했다.
노화억제제, 임상시험 진행 현황은?
노화억제제는 특정 경로를 비활성화해 생쥐의 노화세포의 자멸을 유도해 그를 제거하는 약물이다. 지난 10년간 축적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노화연구자들은 이제 임상시험을 통해 그 약효를 점검하는 첫 번째 단계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영국노화연구학회(BSRA) 학술회의에서 오스트리아의 루드비히 볼츠만 외상학연구소의 요하네스 그릴라리 소장은 노화억제제에 대한 평가가 주로 노화세포의 축적이 주요 요인으로 여겨지는 진행성 질환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옵저버와 인터뷰에서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 위험은 거의 0에 가까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살펴본 심혈관 질환, 신경 퇴행성 질환, 근골격계 질환, 폐섬유증, 만성 신장질환 같은 모든 연령 관련 질환에서 노화세포가 공통분모로 드러나고 있다”며 “노화억제를 사용하면 염증이 사라지고 주변 조직의 재생 능력이 회복된다는 것이 적어도 생쥐실험에서는 입증됐다”고 말했다.
실제 노화억제제는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발시킨 생쥐시험을 거쳐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 단계에 도달했다. 현재 다사티닙과 케르세틴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다사티닙과 케르세틴 조합은 이미 만성 폐질환 환자의 신체 기능 장애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노화억제제를 개발한 락피쉬 바이오(Rockfish Bio)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그릴라리 소장은 현재 60세가 넘는 사람이 기증한 장기의 노화세포를 제거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네덜란드에서는 노화세포가 장기 전반에 걸쳐 섬유화 또는 흉터를 유발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진단을 받은 18~65세 환자에게 다사티닙과 케르세틴 조압의 노화억제제를 투약하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그릴라리 소장은 취재진에게 34개월 된 생쥐(인간 나이로 90세에 해당)의 털이 하얗게 새고 듬성듬성해진 생쥐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리고 노화억제제를 투약한 뒤 털이 다시 자라고 원래 털빛을 되찾은 같은 생쥐의 사진을 보여줬다. 인간에게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블록버스터 약물이 되고도 남을 약효였다.
노화세포라고 다 나쁘다?…진실은
그러나 함정이 있다. 노화세포라고 다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년 동안 세포노화를 연구해 온 일본 준텐도대 의학부의 미나미노 도루 교수는 일부 노화세포는 상처 치유와 같은 주요 생리적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모든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GPNMB라는 단백질을 사용해 염증을 유발하는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노화 백신’을 개발했다. 동물실험에서 이 백신을 주사한 늙은 생쥐들은 기능장애가 적고 수명이 훨씬 더 길어졌다.
미나미노 교수는 현재 이 백신을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RNA백신으로 만들어 면역체계 훈련을 통해 알츠하이머병과 만성 폐질환, 허약 체질 환자의 염증성 노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현재의 과제 중 하나는 인체 내 노화세포의 수와 치료에 따른 변화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없다는 것”이라며 “노화세포의 축적을 측정할 수 있는 더 나은 영상 시스템을 개발된다면 연례적 건강 검진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