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 미만 ‘남성 유방암’, 여성보다 예후 나쁜 까닭은?
증상 나타난 3기 이상에서 주로 발견…병원 방문도 늦춰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독일과 미국의 연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남성 유방암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1% 미만을 차지하지만, 여성 유방암 환자보다 예후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유방암 환자 10명 중 8명이 진단 후 5년간 생존한 것으로 집계된 반면, 남성 환자는 10명 중 7명이 생존한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 바이에른주 건강식품안전청(LGL)의 암 등록 자료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진단 후 5년 생존율은 여성 80.4%, 남성 69.6%로 큰 차이를 보였다. LGL 분석 결과, 남성은 여성에 비해 진단 당시 종양의 진행 정도가 심했고 진단 연령도 높았으며, 치료 빈도 또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남성 유방암이 여성에 비해 늦게 발견되는 경향이 있고, 적극적인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뉴욕 유방암연구재단(BCRF) 보고서는 남성 유방암이 전체 유방암 진단의 1% 미만으로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남성 유방암은 주로 60~70대 고령층에서 발병하는 반면, 여성 유방암은 40대 후반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낮아 증상을 간과하거나, 인지하더라도 병원 방문을 늦추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 남성 유방암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남성 유방암 환자 수는 2019년 711명에서 2023년 934명으로 늘어났다. 여성 유방암 환자는 같은 기간 22만1303명에서 28만9988명으로 증가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남·녀 유방암 환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 유방암 연구 허술...진단 가이드라인 미비
일반적으로 여성의 평생 유방암 발병률은 13.2%에 달하는 반면, 남성은 0.1% 미만으로 극히 낮은 수치를 보인다. 이처럼 낮은 발병률 탓에 남성 유방암은 희귀암으로 분류되며,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인 경우가 많아 남성 유방암 환자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더욱이 관련 연구나 사회적 관심 또한 부족해 남성 유방암 환자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가장 큰 문제는 '진단 지연'이다. 남성 유방암은 정기 검진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 환자들이 암이 만져지는 상태인 3기 이상 단계에서 병원을 찾는다. 심지어 유방암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남성도 정기적인 유방 검사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남성들이 유방에 혹이나 멍울 등 이상 증상을 느껴도, 양성 질환인 여유증으로 오인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여유증은 남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유선 조직이 발달해 여성의 유방처럼 보이는 증상이다.
남성 유방암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령, 호르몬 불균형, 가족력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는 남성 유방암뿐만 아니라 전립선암 발병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필요하다.
남성 유방암은 희귀 질환인 탓에, 여성 유방암에 비해 관련 통계 데이터나 확립된 진단 가이드라인이 모두 미비한 실정이다. 의료계에서는 유방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방에 증상이 감지되는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방암을 비롯한 대부분의 암은 3기 이상 진행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의 경우 완치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지은 교수는 “남성 유방암은 사실 연구가 잘 안 돼 있다”며 “남성 유방암 환자는 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유방암이 만져지는 시점인 3기에 발견되는 등 여성보다 조기 진단 비율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BRCA1/2 변이가 있으면 남성에게도 유방초음파 검사를 하라고 권고는 하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없어서 검진 간격이나 방법 등을 여성 유방암처럼 안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