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환자, 근육량보다 ‘걸음 속도’가 더 중요

보행 속도, 심부전 악화 및 사망 위험 19% 낮춰

심부전 환자, 근육량보다 ‘걸음 속도’가 더 중요
심부전 환자들에게 있어 '빠른 걸음속도'가 예후 예측에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부전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 있어 근력이나 근육량보다 보행 속도가 더 중요한 지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심부전 센터의 블라디미르 세이카 박사 연구팀은 최근 《유럽심장학회 심부전 학술지(ESC Heart Fail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안정적인 만성 심부전 환자에게서 보행 속도가 느릴수록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나 심부전 악화 위험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주로 사용되었던 근력 지표인 악력이나 근육량(사지골격근지수)과 같은 지표는 환자의 예후와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사지골격근지수는 주로 노인의 근감소증 진단에 사용되며, 심부전 환자에게는 예후 예측 지표로서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안정적인 만성 심부전 환자 205명(평균 연령 66세, 여성 22%)을 대상으로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의 보행 속도, 악력, 사지골격근지수를 측정하고, 이들이 약 4년 7개월 동안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심부전이 악화되는 지 여부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 초당 0.1미터(10cm)씩 더 빨리 걸을 수 있을 때마다 심장 관련 사망이나 심부전 악화 위험이 약 1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악력이나 근육량은 환자의 예후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 결과는 성별, 동반 질환, 장기 기능 등 다양한 생체 지표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근력 및 근육량보다 이동 능력과 관련된 근육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 심부전 예후 예측에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향후 심부전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심부전, 한국서 급증 중…주의할 필요 있어

심부전은 심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발병 시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그러나 심부전의 위험성은 아직 암과 같은 주요 질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많은 환자들이 이를 간과하기 쉽다.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부전은 모든 심장질환의 마지막 합병증으로, 심장질환 중 가장 높은 사망률을 기록한다"며, 심부전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심부전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심부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5만6953명에 달하며, 이는 2019년보다 12.4% 증가한 수치다.

심부전의 주요 원인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으로, 이러한 기저질환이 혈관을 막아 심장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관상동맥질환이 가장 큰 기저질환으로 꼽히며,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 심부전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심부전 위험군에 속한다.

심부전은 치료가 어렵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저질환이 있는 위험군은 심부전 발병 전에 증상 관리와 예방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김다정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