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준다는 GLP-1 약물, 정말 시력 상실 유발할까?
직접적 연관성 못 찾았지만 시력 이상 느끼면 즉각 안과 찾아야
논문의 주저자인 유타대 보건대학의 존 A 모란 안과센터의 브래들리 카츠 박사는 GLP-1 약물을 복용하던 도중 한쪽 눈의 갑작스러운 시력 상실을 겪은 환자를 발견하고 이 문제를 처음 지적했다. 해당 환자는 잠시 약물 사용을 중단했다가 사용을 재개한 뒤 다른 쪽 눈의 시력도 잃었다.
놀란 카츠 박사는 안과전문의 전용 이메일 연락망을 통해 비슷한 사례를 발견한 적이 있는지를 문의했다. 이를 토대로 GLP-1 약물인 세마글루티드(오젬픽과 위고비의 약물 성분)와 티르제파티드(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약물 성분)를 복용하던 도중 시력 이상이 발생한 50대와 60대 환자 9명(여성 5명, 남성 4명)의 사례를 모아 분석한 보고서가 작성된 것이다..
9명의 환자 중 7명은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이라는 증상을 보였다. 인구 10만 명 당 10명에게 발생하는 이 희귀 안질환은 혈관이 시신경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신경 손상으로 인한 갑작스럽고 영구적인 부분 시력 상실이 동반될 수 있다.
9명의 환자 중 다른 2명의 환자 중 한 명은 망막의 핵심부위인 황반에 이상이 생겨 시력문제가 발생하는 ‘황반변성’이 발생했다. 또 다른 환자는 시신경염증 중의 하나인 시신경유두염이 발생했다. 시신경유두는 망막 위의 시신경이 모여 뇌로 들어가는 부위를 말한다. 이곳에는 시각세포가 없어 물체의 상이 맺히지 않아 맹점이 생긴다. 시신경유두염이 발생하면 이 맹점이 점점 확대돼 시력저하가 발생한다.
연구진은 매우 드물지만 발기부전 치료제나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완화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의 사용으로 NAION이 발병한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당뇨병, 심장병, 비만 같은 일반적인 만성질환도 시력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9명의 환자 모두 비만 및 당뇨병 중 하나 아니면 둘 모두를 갖고 있어 GLP-1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시력 문제가 GLP-1의 약물의 사용과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환자들이 갖고 있던 기저 질환 중 하나와 관련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뉴욕주립대 버팔로의 노라 린코프 교수(신경안과)는 GLP-1 약물 사용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혈당 수치 감소가 눈 건강을 악화시킬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GLP-1 약물이 시력상실의 위험을 높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허혈성 시신경 손상의 위험을 더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린코프 교수는 GLP-1 약물을 복용 도중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시력이 떨어졌다고 하면 가능한한 빨리 안과 의사를 만나보라고 조언했다. “혈당 변동 때문일 수도 있고 더 심각할 수도 있기에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는 것.
연구진은 그 동안 이미 GLP-1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당황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약물과 관련된 시력 문제의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의사와 상의하면 된다는 것. 린코프 교수는 “당뇨병과 체중 감량을 조절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많다”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7월 같은 《JAMA Ophthalmology》에 발표된 하버드대 연구진의 논문은 세마글루티드를 투약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NAION 위험은 4.28배, 비만 및 과체중 환자의 위험은 NAION 7.64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고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ophthalmology/article-abstract/2829326)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