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전신 홍반성 루푸스, SLE)는 면역체계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는 만성 자가면역 질환이다. 증상이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며 장기간 지속돼 치료가 쉽지 않다.
루푸스의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족 중 루푸스 환자가 있으면 발병 확률이 높아지고, 과로나 스트레스, 자외선, 흡연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고혈압 치료제 하이드랄라진, 부정맥 치료제 프로카인아마이드 등 일부 약물도 루푸스를 유발할 수 있다.
피부 발진부터 관절 장애까지…전문 검사 필수
루푸스 환자의 80~90%는 얼굴과 전신에 피부 발진이 나타나며, 특히 코 주변에 나비 모양 발진이 흔하다. 환자 4명 중 3명은 관절 이상 증상을 겪으며, 관절 주위 조직 변화로 손가락이 심하게 구부러지거나 펴지지 않을 수 있다.
루푸스가 신장에 영향을 미치면 자각 증상 없이 신부전이나 신증후군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심장, 폐, 위장관 염증을 유발하거나, 혈액질환과 함께 우울증, 불안 같은 신경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 질환은 혈액검사, 소변검사, X-레이, 신장 조직 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특히 자가항체 검사와 보체 검사가 중요하다. 그러나 초기 증상이 피부 발진이나 관절 통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다른 진료과를 먼저 방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잦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항말라리아제, 진통소염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중증 루푸스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강력한 면역억제 요법을 병행하며, 최근에는 B세포 억제제(벨리무맙)나 인터페론 차단제(애니프로루맙) 같은 생물학적 제제도 활용되고 있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자외선을 차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피로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안정이 필수적이다. 작은 감염에도 병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독감, 폐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미리 하는 것이 좋다.
정재현 고려대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루푸스는 꾸준히 치료하면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과거에는 생존율이 매우 낮았지만, 의료 기술 발달로 이제는 조절 가능한 병이 됐다”면서 “증상과 정도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맞춤형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