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바닥서 14시간 방치"...근육 뒤틀리는데 병원은 "원인몰라", 무슨 일?
건강하던 여성 팔 경련 이후로 몸 경직...병원 찾았지만 원인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바닥에서 14시간 방치
환자는 지속적으로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운 경련을 일으켰고, 의료진은 침대에서 치료할 경우 추가적인 부상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기 시간 동안 그에게 제공된 것은 겨우 담요 한 장 또는 간이 매트리스뿐이었다.
바닥에서 대기하는 동안 그는 심한 멍과 카펫 화상(carpet burns), 피부 상처를 입었으며,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그의 건강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건강했던 여성, 한 달 만에 ‘심각한 근육 경련’...뇌에서 비정상 신호 보내고 있다고만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병원 바닥에서 극심한 고통을 견뎌야 했던 영국 토베이에 사는 세이디 슬래터리(41)의 사연을 전했다.
세이디는 원래 건강하고 활발한 성격으로, 킥복싱을 즐기고 "남자가 할 수 있는 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팔에 가벼운 경련이 발생한 후로, 생활이 달라졌다. 처음엔 이를 단순한 근육 경직으로 여겼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팔 전체가 경련을 일으키고 손이 ‘갈고리’처럼 굳어버리는 상태가 됐다. 이후 그는 응급실을 11차례 방문했지만, 의료진은 단순히 "뇌에서 비정상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모호한 설명만 내놓을 뿐,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세이디는 현재 목욕과 식사는 물론, 혼자서 일어나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다. 심한 근육 경련으로 인해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그는 12세 ADHD를 가진 아들과 몇 달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을까 걱정되며, 극심한 고통 속에서 자주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지르다가 탈진해 잠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과 친구들의 절박한 도움 요청...아직까지 정확한 진단도 못받아 고통
세이디의 친구이자 모금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클레어 버치는 “세이디의 목 근육이 마치 돌처럼 굳어 헐크처럼 보일 정도다. 세이디는 10걸음 이상 걷기도 어렵고, 등을 활처럼 젖힌 채 심한 경련을 일으킨다”고 라며 그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설명했다. 병원에서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이 정신과 환자로 오해할 정도라고.
현재 세이디는 여러 차례 MRI 및 CT 검사를 받았지만, 심한 경련 때문에 전신 마취 상태에서 진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현재 통증 관리 팀의 진료를 받기 위해 1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세이디의 21세 딸 브리타니는 SNS를 통해 “엄마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바닥을 구르다 탈진해서야 잠들 수 있다. 계속된 대기 명단과 잘못된 진단 속에서 우리는 끝없는 막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제발 엄마를 도울 방법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세이디 역시 "이제 지쳤다. 내 삶을 되찾고 싶다"며 절망감을 토로했다.현재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사립 병원 치료비 마련을 위해 GoFundMe 모금 활동을 진행 중이며, 하루빨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환자의 상황으로 의심할 수 있는 신경계 및 근육 관련 질환들
현재까지 세이디 슬래터리의 상태에 대해 의료진이 명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몇 가지 신경계 및 근육 관련 질환을 의심하고 있다.
1. 근긴장이상증(Dystonia) =근긴장이상증은 비정상적인 근육 수축으로 인해 특정 부위가 과도하게 꼬이거나, 떨리거나, 움직임이 제한되는 신경학적 질환이다. 이 질환은 한 부위에서 시작하여 점차 다른 부위로 퍼질 수 있으며, 세이디의 경우 팔에서 시작된 경련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질환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근긴장이상증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기저핵(basal ganglia) 기능 이상이나 도파민 신호 전달의 문제가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뇌 MRI, 근전도(EMG), 신경전도 검사 등의 정밀 검사가 필요하지만, 세이디는 아직까지 이러한 확진을 받지 못한 상태다.
2. 기능성 신경질환(FND, Functional Neurological Disorder) = 기능성 신경질환(FND)은 신체적인 손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환자들은 마비, 경련, 근육 이상 움직임 등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증상이 심리적 스트레스, 외상 후 스트레스(PTSD) 또는 불안 장애와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세이디의 경우 근육 경련이 단순한 기능성 이상이라기에는 극도로 심하고, 신체적 손상이 동반되고 있어, 이 질환만으로는 현재 상태를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3. 신경근육질환(Myopathy or Neuropathy) = 세이디가 겪고 있는 지속적인 근육 경련과 강직은 말초신경 손상(Neuropathy) 또는 근육 자체의 이상(Myopathy)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말초신경병증(Neuropathy)은 신경이 손상되면서 감각 이상, 경련, 마비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나 당뇨병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만, 세이디의 경우 이러한 기존 질환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인을 밝히기가 어렵다.
근육병증(Myopathy)은 근육 자체가 퇴행하거나 손상되는 질환으로, 유전적 요인이나 자가면역반응과 연관될 수도 있다. 특히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이나 루게릭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같은 희귀 신경계 질환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 질환을 확진하려면 정밀한 신경학적 검사와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4. 전신 경련형 이상운동증(Paroxysmal Dyskinesia 또는 Myoclonus)= 이상운동증(Dyskinesia)은 근육이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거나, 발작처럼 보이는 운동 이상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스트레스, 피로, 특정 환경적 요인에 의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발작적으로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신체가 제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이디의 증상과 일부 유사성을 보인다. 하지만 이상운동증의 경우 보통 특정 약물 치료로 증상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