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여행 시차증 이길 묘책은 없는 걸까

항공여행 시차증 이길 묘책은 없는 걸까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겨울 방학을 한국에서 보낸 뒤 지난달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는데, 그 여정은 너무나 험난했다.

미국행 비행기를 탄 날 미국 동북부 지역은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다. 시카고 공항에선 활주로 제설작업을 하느라 착륙이 다소 늦어졌다. 하루 종일 내리는 눈 때문에 시카고 공항은 연착되거나 취소되는 비행기가 연달아 나오고 있었다.

필자는 시카고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 타고 디트로이트로 가야 했다. 하지만 탑승하려던 비행기가 오후 1시에서 2시반 출발로 지연되었고, 다시 3시반으로 늦춰졌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계속 기다렸는데, 3시가 되니 다시 4시로, 또다시 5시로 계속 지연되다 결국 비행편이 취소됐다.

재빨리 다른 비행기편으로 바꿨지만 그마저 취소되고 말았다. 결국 최종 목적지를 미시간주 주도인 랜싱에 있는 랜싱 공항으로 바꾸고 비행편을 변경했다. 이 것도 2시간 가량 연착한 끝에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랜싱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랜싱 공항에 내린 뒤 짐이 보이질 않았다. 일단 집에 와서 짐을 찾기 위해 항공사에 연락을 시도하다 밤을 샜다. 결국 다음날 저녁이 되어서야 짐을 받을 수 있었다.

고생 끝에 집에 왔지만, 이젠 시차가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른바 제트래그신드롬(Jet Lag Syndrome)이다. 늘 느끼는 것이, 미국에서 한국에 갈 때는 시차 적응이 비교적 잘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면 끝 없이 밀려오는 피로와 시차 때문에 힘이 들곤 했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되찾기까지 열흘가량 걸리는 것 같았다.

언뜻 서쪽으로 이동할 때와 동쪽으로 이동할 때 시차 피로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인터넷으로 논문과 기사를 검색해봤다. 실제로 동쪽으로 이동하는 여행이 서쪽으로 이동하는 여행보다 시차를 더 오래 겪고 적응하기 더 어렵다는 내용을 접했다.

시차 적응을 도와주는 ‘타임시프터(Time Shifter)’라는 앱을 개발한 스티븐 로클리 하버드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75%가량은 신체 리듬 주기가 24시간보다 길다고 한다. 따라서 지구 자전의 반대 방향인 서쪽으로 이동하면 낮이 길어져 자연스럽게 각성 시간을 늦추고, 늦게 잠이 들고 일어나는 식으로 적응하는 게 자연스럽다. 반면, 지구 자전과 같은 방향인 동쪽으로 갈 때는 낮이 짧아지는 현상을 겪으면서 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 경우엔 신체에 더 무리가 가는 방향으로 적응해야 해서 시차 피로가 더 커진다고 한다.

국제 저널 《케이어스(Chaos)》에 따르면 미국 매릴랜드대 연구팀은 뇌에서 생체주기를 조절하는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을 시차에 따라 분석한 결과 9시간 시차를 둔 동쪽 지역으로 이동할 때 가장 큰 시차 피로를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동쪽으로 12시간 차이나는 지역으로 이동할 때보다도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수면 전문가인 마이클 브루스 임상심리학 박사는 “매릴랜드 대학의 연구는 생체 리듬이 여행의 방향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며 “시차 적응은 단순히 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동쪽으로 이동하고 서쪽으로 이동하는 여정을 모두 겪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차 적응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봤다. 일부러 낮에 야외활동을 하기도 했고, 멜라토닌 관련 제제(미국에서는 멜라토닌을 건강기능식품으로 구입할 수 있다)를 섭취해본 적도 있다.

독특한 방법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약 16시간 동안 금식을 하다가, 도착지 아침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하는 것이다. 《케이어스》 저널에 따르면 금식을 하다 도착지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 신체에서 장과 뇌가 빨리 시간에 적응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혹은 맨발로 땅이나 모래를 걷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신체가 자연과 접촉하면서 시차 뿐 아니라 다양한 피로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시차 적응에 도움을 주는 음식으로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거나 몸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복합다당류 식품이 좋다고 한다. 주로 키위, 수박, 체리, 바나나 같은 수분과 당분 함유가 많은 과일과 견과류 등이다. 최근 호주 시드시 대학 연구팀은 칠리와 초콜렛도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사실 몸이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시차 극복 방법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최선의 방법은 충분한 수면과 함께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넉넉한 적응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의 처지에선 이것도 쉽지 않은 얘기다.

    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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