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새 병 걸릴라!”…‘이곳’에 위험한 병원균 득실

병원 싱크대 배수구에 특히 폐렴·패혈증 병원균 많아...환자의 개인 위생 매우 중요

“병원에서, 새 병 걸릴라!”…‘이곳’에 위험한 병원균 득실
몸이 아파 병원에 간 환자가 폐렴 폐혈증 등 새로운 병에 걸려 숨지는 치명적인 병원감염(기회감염) 사례가 전세계적으로 매우 많다. 이 때문에 병원들은 예산의 약 6%를 병원감염을 줄이는 데 쓰고 있으나, 역부족인 측면이 크다. 노인 등 면역력이 뚝 떨어진 환자는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사용 등 개인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진=Unsplash/CC0 Public Domain]
병을 고치러 병원에 갔다가 폐렴(병원 획득 폐렴)이나 패혈증에 걸려 숨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환자에게 지나친 공포를 불필요하게 일으킬 것을 우려해, 보건당국이나 병원은 가급적 쉬쉬하게 마련이다.

병원 싱크대 배수구에 폐렴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녹농균 등 위험한 박테리아(세균)가 숨어 있어,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대 연구팀은 마요르카 섬의 현대적인 대학병원 병동 5곳의 배수구 30곳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의하면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완치되길 바라지만, 병원에서 새로운 병에 걸리는 병원감염(기회감염) 사례가 너무 많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병원은 예산의 약 6%를 병원감염을 줄이는 데 쏟아붓고 있으나, 이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 유럽연합(EU)에서만 매년 약 350만명이 병원감염에 노출되며, 이 가운데 약 9만명이 숨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감염은 미국에서도 6번째 주요 사망 원인이다.

병원 곳곳에서 검출되는 녹농균…WHO “폐렴·패혈증 일으키며, 항생제에 잘 듣지 않아”

연구의 교신 저자인 마르가리타 고밀라 교수(미생물학)는 “병원이 완벽에 가까운 청소 프로토콜을 적용하고 있으나, 병원 싱크대의 배수구에 많은 병원균이 숨어 있다. 소독하기 힘든 틈새의 새로운 균주의 서식을 방지하는 게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부 병원이 위생 프로토콜을 철저히 준수하지 않으면,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의 병원감염이 심각해질 수 있다. 항생제 내성이 강한 박테리아의 위험은 매우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마요르카섬에 있는 현대적인 대학병원(2001년 완공)의 싱크대 배수구에 초점을 맞췄다. 이 병원의 청소 프로토콜은 최첨단이다. 싱크대와 배수구는 정기적으로 표백제로 청소하고, 화학 약품과 압력 증기로 2주에 한 번 또는 환자 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소독한다. 배수관은 1년에 한 번 저온에서 염소 처리한다.

연구팀은 2022년 2월~2023년 2월 네 차례에 걸쳐 면봉으로 이 병원 병동 5곳의 각각 6개 배수구(총 30곳)에서 검체를 수집했다. 수집 장소에는 중환자실, 신축 병동, 혈액과, 미생물학 실험실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배수구에서 총 67종의 병원균 등 박테리아를 확인했다. 중환자실과 일반 병동에서 가장 다양한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특히 2022년 7월 개원한 중환자 실에서도 건물이 오래 된 병동과 비슷한 수준의 다양한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노인 등 면역력 뚝 떨어진 환자, 병원에선 꼭 K94마스크 쓰고 손소독제 뿌려야”

병동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은 인공호흡기와 관련해 폐렴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병원균인 녹농균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녹농균을 항생제에 잘 듣지 않은 내성 측면에서 가장 큰 위협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다른 녹농균 16종도 단기 입원병동에서 많이 발견됐다. 병원에서 자주 발견되는 병원균은 일반 병동의 클레브시엘라 뉴모니아, 일반 병동과 중환자실의 아시네토박터속, 단기 입원 병동의 엔테로박터속, 중환자실과 혈액병동의 황색포도상구균 등이다.

고밀라 교수는 “발견된 박테리아는 환자, 의료진, 병원 주변환경 등 다양한 곳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이들 위험한 박테리아는 싱크대 배수구에 일단 자리잡은 뒤 밖으로 퍼져 나갈 수 있으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환자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환자, 특히 나이든 사람이나 면역력이 뚝 떨어진 사람이 병원에 갈 땐 반드시 마스크(K94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환자가 병원에서 이곳저곳 만지는 일이 많다면 손 소독약을 수시로 뿌리거나 아예 고무장갑을 끼는 게 좋다.

이 연구 결과(Yearlong analysis of bacterial diversity in hospital sink drains: culturomics, antibiotic resistance and implications for infection control)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즈 인 마이크로바이올로지(Frontiers in Microbiology)≫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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