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말, 농담 아니었네

뇌 시상하부에 있는 뉴런이 설탕에 대한 식욕 촉발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말, 농담 아니었네
밥 먹으면 달달한 음식이 당기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무리 저녁을 많이 먹었더라도 달콤한 디저트를 보면 다시 손이 간다.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농담이 생긴 이유다. 그런데 이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식사 후 배부르다는 느낌을 주는 뇌의 과정이 설탕에 대한 또 다른 갈망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막스 플랑크 대사 연구소의 연구진은 쥐들에게 설탕이 3%만 함유된 평소와 같은 사료 알갱이를 주고, 90분 이상 배불리 먹였다. 그런 다음 똑같은 사료를 다시 주거나, 설탕이 35%인 맛있고 달콤한 펠릿을 줬다.

연구 결과 쥐들은 펠릿을 훨씬 더 많이 먹었다. 배불리 먹던 쥐들은 두 번째로 사료를 줬을 때 겨우 한 입만 더 먹었다. 반면 달콤한 펠릿은 사료의 칼로리보다 6배나 더 많이 섭취했다.

연구진이 쥐의 뇌를 조사한 결과 큰 식사 후에 느끼는 충만감은 배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시상하부에 있는 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POMC) 뉴런인데, 이는 먹은 후에 활성화돼 더 이상 먹는 것을 멈추게 한다.

그런데 이 POMC 뉴런은 또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배부르다’는 신호를 발사하는 동안 뇌의 이웃 영역인 시상하부 시상으로 돌기를 보내 β-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을 방출했다. 이 경로는 쥐가 주변에 설탕이 있다는 것을 감지할 때 설탕에 특별히 맞춰진 식욕을 촉발했다. 흥미롭게도 이 경로는 단 음식에 의해서만 활성화됐다. 식사 후에 일반 음식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 연구진이 이 경로를 차단하자 배부른 쥐는 디저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연구진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말이 됩니다. 설탕은 자연에서 드물지만, 빠른 에너지를 제공한다”라며 “뇌는 설탕이 공급될 때마다 섭취를 조절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설탕이 많이 들어간 알갱이를 보기만 해도 이런 뇌 활동이 촉발된다”라며 “친구가 만든 디저트를 보면 갑자기 배고픔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메커니즘이 인간에게도 작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설탕 용액을 먹였고 뇌의 같은 영역이 그 물질에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이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과식과 비만을 억제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저자인 헤닝 펜셀라우 박사는 “뇌의 아편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이 이미 있지만, 체중 감량은 식욕 억제제 주사보다 적다”라며 “연구 결과를 약물이나 다른 치료법과 함께 사용하면 매우 유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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