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보험 가입할 때 발생하는 질환 고지의무, 어디까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암보험이란 암으로 진단되었을 때 보험금을 지급받는 보험으로서 일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과 진단시에 받는 일시금액은 적은 대신 수술비, 입원비, 통원비, 사망보험금 등 치료에 대한 보장을 해주는 종합형이 있다.
임보험의 특징은 1회 보험료를 납부한 날부터 보장이 개시되는 일반 보험과 달리 보험계약일로부터 90일이 지난날부터 보장이 개시된다. 이러한 기간을 정한 것은 보험가입전에 이미 암이 발생하였거나 암이 의심되는 사람이 보험금을 받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암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현재나 과거에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질병을 보험회사에게 알려주어 가입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질병이 확정되지 않고 단순히 의심되는 상황에서 암보험에 가입하였고 4개월 후 암으로 진단확정을 받았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는 2019년 12월 급성신우신염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당시 적절한 항생제치료에도 불구하고 혈액검사상 백혈구 수치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어 해당 병원의사는 상급병원에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료소견서를 발급하였다. A는 이와 같은 소견서를 받은 당일 암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보험계약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에서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입원’ 및 ‘질병의심소견’란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은 채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계약 4개월 뒤에 A는 병원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최종진단을 받았고 일주일 뒤 A는 보험회사에 보험금지급을 청구했다. 해당 보험회사는 A가 입원치료 및 백혈구가 증가하여 상급병원에서 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았다는 내용을 계약할 때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이라고 하면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했다. B는 이와 같은 통지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2심에서는 진료의뢰서상 B 씨의 백혈구, 혈소판 등 수치가 높은 점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의심하는 지표이기는 하지만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검사상 백혈수 및 혈소판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진료의뢰서에는 B씨의 백혈구 수치, 혈소판 수치, 혈액 염증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확인된다는 내용이 기재됐는데,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의 지속적 증가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의심할 수 있는 주된 지표로서 B씨는 진료의뢰서 발급시점으로부터 4개월이 지난 후에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는데, 4개월가량의 시간적 간격이 백혈구 및 혈소판 수치의 증가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혀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장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피보험자 측이 보험을 들 때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짓으로 ‘아니오’라고 답하며 ‘입원’, ‘질병 의심소견’ 란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이는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원심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대법원 2025.1.9. 2024다272941판결).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암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일로부터 90일이 지난날부터 보장이 개시된다. 즉, 현재까지는 보험계약하기 전에 암으로 의심되는 경우 이와 같은 상황을 보험회사에 말하지 않거나 숨기고 보험계약을 하였더라도 91일이 지나 암으로 진단받는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험계약이 91일이 지나더라도 계약하기 이전에 암이 의심되는 상황에 대하여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거나 숨긴다면 계약된 보험금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은 법원의 판결은 질병의 가능성을 숨기고 암보험을 계약하려는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암보험에 가입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건강검진이나 기타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생하거나 혹은 주위사람들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보고 걱정되어 가입을 하는데 이렇게 건강검진이나 검사에서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암으로 진단받는 경우는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판결은 건강검진에서 조금이라도 이상소견이 있다는 이유로 암보험가입이 거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하여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