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프로작, 감염·패혈증 예방 효과?
솔크연구소 "면역반응 조절 통한 생쥐 보호 확인"
최근 미국 솔크연구소 과학자들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의 대표 약물인 ‘프로작(성분명 플루옥세틴)’이 면역 반응을 조절해 감염으로부터 생쥐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향후 인류를 위한 새로운 면역 치료법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 연구는 14일(현지시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프로작은 신경전달 물질이자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해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치료하는 약물이다. 세로토닌이 뇌에서 방출된 후 재흡수되는 걸 차단해, 뇌에서 더 오래 활동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최근 SSRI 복용자들의 코로나 19 발병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약물의 감염 예방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박테리아에 감염된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만 플루옥세틴을 전처리하고, 감염 8시간 후 각 쥐 집단의 박테리아 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플루옥세틴을 투여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박테리아 수가 적고, 감염이 덜 심각했다. 연구진은 플루옥세틴이 항균 특성을 가지고 있어 박테리아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쥐 그룹의 염증 분자의 수준을 측정했다. 그 결과 플루옥세틴 투여군에서는 항염증성 IL-10(인터루킨-10)이 더 많이 발견됐다. IL-10은 과도한 면역 반응이나 염증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이토카인(면역 시스템 내 신호 전달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IL-10이 패혈증과 관련된 고중성지방혈증을 억제해 심장 대사 안정성을 유지하고, 조직 손상을 막는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플루옥세틴이 세로토닌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세로토닌이 없는 쥐를 대상으로도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플루옥세틴의 감염 방어 효과는 세로토닌 유무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는 약의 면역 조절 작용이 세로토닌 회로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로버트 갤런트는 “플루옥세틴이 세로토닌과 관계없이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감염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발견이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감염과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패혈증 환자에게 적합한 플루옥세틴 투여 요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다른 SSRI 계열 약이 동일한 효과를 갖는 지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넬 에어스 솔크연구소 레거시 의장(교수)은 “감염을 치료할 때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동시에 조직과 장기를 보호하는 것이 최적의 치료 전략인데, 플루옥세틴은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한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라며 “이러한 효과를 이미 알려진 약물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