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뵌 부모님, 밤에 자꾸 화장실을?..."건강 이상 있나?"
부모님의 사소한 한 마디, 난청 야간뇨 파킨슨병 신호일 수도
부모님이 무심코 하던 말들을 우리는 흘려듣곤 하지만, 이는 놓치기 쉬운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 평소 가벼운 불편으로 여기던 증상이 사실 질병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TV소리가 자꾸 작게 들리는 것 같아"
부모님이 TV나 라디오 소리를 작게 듣고 볼륨을 자꾸 높인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볼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로 발생한 청력 저하로,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고주파 영역의 청력부터 떨어지기 때문에 아이나 여성의 말소리 등 고음을 잘 들을 수 없게 되고, 단어의 받침을 잘 구분하지 못해 자주 되묻게 된다. 이명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는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고막내시경검사나 정밀청력검사 등을 진행해야 한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로 신경 세포들이 손상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보청기 착용이 늦어지면 뇌로 들어오는 자극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치매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올라가게 된다.
박정미 강릉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적절한 보청기 착용 시점을 놓치면 뇌가 말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을 이미 상당 부분 잃어버리게 돼, 나중에는 조청기를 착용해도 말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밤에 자꾸 화장실 가느라 잠을 못 자"
야간뇨는 말 그대로 수면시간에 소변이 마려워 한 번 이상 잠에서 깨는 증상이다. 노년층은 과민성 방광이나 전립선 비대증 등 하부 요로계 질환이 원인이 돼 나타날 수 있으며 주로 수면 장애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야간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피로감이 누적되고 스트레스•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어두운 밤에 화장실을 가며 발을 헛디뎌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김성진 강릉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많은 야간뇨 환자들이 수면 시간 바로 직전에 식사를 하거나 불필요한 다량의 수분을 섭취하는 등 잘못된 생활습관을 보인다"며 "생활습관 개선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만히 있어도 손이 떨리고 힘이 안들어가"
부모님의 손발이 떨리거나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파킨슨병은 신경 퇴행성 뇌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손과 발의 떨림, 동작 느려짐, 근육의 경직, 균형 장애 등이 나타난다.
파킨슨병의 치료에는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정확하게 진단한 뒤 적절한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님의 증상을 관찰한 즉시 함께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약물 복용으로 파킨슨병의 증상을 상당히 개선시킬 수 있으며, 꾸준한 운동과 재활을 통해 신체 활동 기능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드물게 운동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박계원 강릉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의 근원을 없애는 치료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빠른 진단으로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