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건강하려면 하루 10분만이라도 잘 움직여라”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집 근처 공원에는 모자와 장갑,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입증된 운동의 이점은 다양하다.
운동을 하면 심장이 튼튼해져 각종 심장병 위험이 낮아진다. 우울증과 불안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으며, 파킨슨병 및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체력이 향상되고, 탄탄한 몸매도 갖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경우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강도 운동, 또는 75분 이상 고강도 유산소 활동을 권하고 청소년에게는 매일 1시간 이상의 중, 고강도 신체 활동 권장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이 정도 운동할 시간을 내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운동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소식이 있다. 최근 짧은 시간 운동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중에서 두 가지 연구에 대해 살펴봤다.
하루 3~5분 운동만으로도 심장병 위험 ‘뚝’
우선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이 내놓은 연구 결과다. 이에 따르면 하루 몇 번의 짧은 운동만으로도 심장병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40세에서 79세 사이의 영국인 2만 2000여명 이상의 데이터를 이용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2년 동안 거의 하루 24시간 동안 신체 활동 추적기를 착용했다. 심장마비, 심부전과 뇌졸중과 같은 주요 심혈관 질환을 찾기 위해 참가자의 심장 건강을 추적하는 데 병원 및 사망 기록의 자료도 이용됐다.
연구 결과 여성은 짧지만 폭발적인 신체 활동에서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 즉, 하루에 3.4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격렬한 활동을 한 여성은 주요 심혈관 질환을 겪을 확률이 45%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에 1.5분에서 4분 정도 운동할 때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심장마비 위험이 51% 감소하고, 심부전 위험은 67% 낮아지는 것과 연관성이 있었다. 여성이 심장 건강에 가장 큰 효과를 보인 반면 남성 참가자들도 일부 이점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하루에 최소 2.3분의 신체 활동을 하면 주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11% 낮아졌다. 또한 운동을 하루에 5.6분 동안 수행하면 남성이 주요 심혈관 질환을 겪을 확률이 16%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저자인 엠마누엘 스타마타키스 박사(의학 및 보건학부)는 “짧은 시간 동안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은 구조화된 운동에 관심이 없거나 어떤 이유로든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유망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심장 전문의인 데이비드 사브기르 박사는 “운동은 심장이 더 잘 작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심장 근육을 강화하고 혈류를 개선해 혈압을 낮추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리하고, 혈당을 조절하고, 장기를 둘러싸고 있어 심장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내장 지방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등 심장 질환 발병 위험 요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장 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은 심장박동 수를 증가시키고, 숨을 더 많이 쉬게 하는 유산소 운동”이라며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걷기로 심장을 뛰게 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 효과를 높이는 운동으로 마이크로 워크아웃을 추천한다. 마이크로 워크아웃은 10분 이하의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인 운동을 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 워크아웃의 매력 중 하나는 짧은 운동 세션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5분을 투자해 고강도 운동을 수행하면, 체지방 연소 및 근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높은 강도의 운동을 시행하면 운동 후에도 쉽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시간 관리가 용이하다.
특히 회사나 학교에서 짧게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 워크아웃은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메모리얼케어새들백 메디컬센터의 심장 전문의이자 심장 프로그램 의료 책임자인 쳉한 첸 박사는 걷기 외에도 조깅, 계단 이용, 실내자전거 타기 등을 권장한다.
그는 “이번 연구는 한 번에 몇 분씩만 소량의 고강도 운동이라도 심장 건강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바쁜 일정에도 끼워 넣을 수 있는 활동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1, 2분 정도의 빠른 산책을 하거나 무거운 식료품을 나르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2~3분만 운동해도 당뇨병 예방에 도움
일주일에 세 차례 아주 잠깐씩 실내 자전거를 맹렬하게 타며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미 발생한 당뇨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영국 배스대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다. 연구팀은 자원자들에게 실내 자전거를 20초씩 격렬하게 타는 운동을 한번에 2회씩, 일주일에 3차례 하게 했다. 6주 뒤 배스대 건강학과에서 검사한 결과 이들의 인슐린 기능은 28%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2형(성인형) 당뇨병은 인슐린 기능의 저하로 인해 혈당치가 위험할 정도로 높아질 때 발생하는 병이다. 이는 운동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당뇨병은 심장, 신장(콩팥), 눈, 관절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혈당치를 낮게 유지할 수 있지만 인구의 66%는 바쁜 생활 방식과 동기 부족 때문에 권장사항인 주 5회 하루 30분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의 닐스 볼라르드 박사는 “근육에는 글리코겐이 저장돼 있다가 운동할 때 사용된다”면서 “운동 후에 근육은 이를 혈당으로부터 보충한다”고 설명했다.
볼라르드 박사는 “활동을 적게 하는 사람들은 근육이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적다”면서 “이는 인슐린 민감성 저하, 높은 혈당 수준, 궁극적으로 제2형 당뇨병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방식보다 더 빠르고 쉽게 근육으로 하여금 글리코겐을 사용하게 만드는 운동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0초간 격렬히 운동하는 우리 방식은 적당한 강도로 1시간 운동한 것과 맞먹는 양의 글리코겐이 분해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