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진단, 설문지로는 한계…디지털 기술로 혁신

웨어러블 기기 활용, 불면증 심각도와 수면 질 간 괴리 입증

불면증 진단, 설문지로는 한계…디지털 기술로 혁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 연구팀이 디지털 표현형 기술을 활용해 불면증 진단의 새로운 접근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불면증 평가에서 주관적 설문지와 객관적 수면 지표 간의 불일치를 데이터로 입증했다고 10일 밝혔다.

불면증은 일반적으로 설문 조사인 '불면증 심각도 지수(Insomnia Severity Index, ISI)'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으로 수면 모니터링이 가능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설문지 평가와 실제 수면 지표 간의 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조 교수 연구팀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된 수면 질과 주관적 불면증 심각도 간의 괴리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이 연구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넷 리서치 멘탈 헬스(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Mental Health)≫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23년 3월부터 11월까지 25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불면증 심각도 지수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불면증 심각도 지수에 따라 4개의 그룹(불면증 없음, 경도, 중등도, 중증 불면증)으로 나뉘었으며, 이들의 수면 패턴과 심박수, 신체 활동을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했다. 또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운동, 스트레스, 음주, 카페인 섭취 등 일상생활 데이터를 기록하도록 했다.

심리적 요인 고려한 맞춤형 치료 필요

연구 결과, 불면증이 없다고 분류된 그룹에서 오히려 수면 중 깨어 있는 시간이 더 길고, 수면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불면증이 있다고 평가된 그룹 내에서도 주관적 불면증 심각도가 높다고 해서 수면 시간, 렘 수면 시간, 깊은 수면 시간 등 주요 수면 구조에서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주요 발견은 심리적 요인이 불면증의 주관적 심각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스트레스, 하지불안증상, 수면에 대한 왜곡된 인식 등이 불면증 그룹의 고통을 더욱 증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조철현 교수는 “이 연구는 불면증의 주관적 고통이 단순히 수면의 양이나 질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심리적 요인을 포함한 통합적이고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지원 교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수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환자별 맞춤형 치료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불면증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제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중요성을 재조명했다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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