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치매, 마약 의심 증상”...사실 보일러 탓이었다고?

부실한 보일러가 부른 악몽… 30대에 치매 진단까지 받은 여성의 충격적인 사연

“30대에 치매, 마약 의심 증상”...사실 보일러 탓이었다고?
한 여성이 30대에 코카인을 복용했다는 오해를 받고 치매 진단까지 받았지만, 실제로 그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보일러에서 새어나오는 일산화탄소였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 왼쪽=52세 수 웨스트 두틀리지/ 오른쪽=게티이미지뱅크]
한 여성이 30대에 코카인을 복용했다는 오해를 받고 치매 진단까지 받았지만, 실제로 그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보일러에서 새어나오는 일산화탄소였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 더선 등 최근 보도에 따르면 체셔주 세일에 사는 수 웨스트우드-루틀리지(52세)는 30대 중반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극심한 두통, 어지러움, 집중력 저하로 3년간 고통을 겪었다.

증상은 점점 악화되어 결국 집에서 쓰러지는 상황까지 이어졌고,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심지어 의사들은 그가 코카인을 복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거나, 조기 발병 치매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충격적인 진실은 보일러 점검 과정에서 밝혀졌다. 부실하게 설치된 보일러에서 새어 나온 일산화탄소(CO) 중독이 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6살이던 아들 조쉬 또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렸으나, 의사들은 이를 단순한 꾀병으로 여겼다.

수는 영국 ITV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스 기술자가 집에서 즉시 나가라고 했을 때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족 모두 죽음 직전까지 갔지만, 다행히 창문을 항상 열어둔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조용한 살인자' 일산화탄소...20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되는 후유증
일산화탄소는 색깔과 냄새, 맛이 없어 쉽게 감지되지 않는 치명적인 독성 가스다. 체내에 흡입되면 혈액이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을 방해해 장기와 조직이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지게 된다.

CO 가스 안전재단(CO Gas Safety)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매년 약 3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며, 4000명이 응급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중독 사례가 제대로 진단되지 않아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일러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도 수의 건강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뇌 손상으로 인해 그녀는 건설업 운영을 포기해야 했으며, 혈관성 치매, 섬유근육통, 신경병증, 심한 편두통 등 다양한 질환과 싸우고 있다. 심지어 독서 능력을 다시 훈련해야 할 정도로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됐다.

수는 "모든 가정에 반드시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보일러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CO 가스 안전재단과 협력해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며, 보일러 점검 의무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CO 가스 안전재단의 대표 스테파니 트로터는 "수의 사례는 단순한 부실 시공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모든 가정이 정기적인 보일러 점검과 배기 가스 검사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내서도 보일러 가스 누출이 부른 참극...설치불량이 중독사고의 70% 

우리나라에서도 보일러 가스 누출로 인해 가족 단위의 대형 참사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9일, 전북 무주의 한 주택에서 가족 6명이 보일러 가스 누출로 인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켰다. 사고 당일, 84세 어머니의 생일을 맞아 자녀들과 손녀딸이 모였으나, 보일러 배기통이 손상되면서 독성 가스가 실내로 스며들었다. 소방당국은 일가족이 전날 저녁부터 서서히 중독되어 새벽 사이에 모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비슷한 사고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2018년 12월,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수능시험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켜 3명이 숨지고, 7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사고 원인은 가스보일러의 배기관이 어긋나면서 내부로 유독가스가 유입된 것이었다.

2020년 4월에는 충남 공주의 한 신규주택에서 밀폐된 상태로 보일러를 가동하면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같은 해 11월에는 경기 수원의 한 빌라에서 보일러 폐가스가 창문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되면서 거주자 2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배기통 이탈이나 설치 불량으로 인한 사고가 전체 가스보일러 중독 사고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관리가 부실할 경우 언제든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일산화탄소, 냄새도 없고 맛도 없는 기체...누출이 발생해도 알아차리기 어려워 
일산화탄소는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으며, 맛도 없는 기체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누출이 발생하더라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반면 매우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체내에 흡입되면 산소 운반 기능을 방해하고, 장기와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인체가 허용할 수 있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50ppm 이하다. 만약 1600ppm 농도에 2시간만 노출돼도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6400ppm에 노출될 경우 단 10~15분 내에 사망할 정도로 위험하다.

일산화탄소 중독의 증상과 응급조치 방법
일산화탄소 중독 증상은 경미한 경우 감기나 피로와 비슷해 쉽게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중독이 심화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신체 이상이 나타난다.

경미한 노출로 인한 초기 증상으로는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메스꺼움 △가벼운 혼란 상태 △중등도 중독 △심한 두통 △구토 △혼란 및 기억력 저하 △가슴 통증 △근육 약화 등이 있다.
중증 중독이 되면 치명적 단계인 △의식 소실 △경련 △호흡 곤란 △청색증(입술과 손발이 푸르게 변함) △심장마비 및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되면 즉시 △창문과 문을 열어 환기 △오염된 공간에서 신속히 벗어나 야외로 이동 △119(응급 신고) 또는 가까운 병원으로 연락 △호흡 곤란 시 응급 산소 치료 시행 △중독 환자가 의식을 잃었을 경우,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예방하려면 보일러 및 가스 기기 점검이 필수적이다.

△가스보일러 정기 점검(최소 연 1회) 받기
△배기통 연결 상태 확인 및 손상 여부 점검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작동 여부 주기적 확인)
△밀폐된 공간에서 보일러 사용 금지
△보일러 사용 중 가스 냄새가 나거나 이상한 증상이 있으면 즉시 가스 공급 차단 및 전문가 호출

특히, 배기통이 느슨하게 연결되거나 손상된 경우 일산화탄소가 새어나올 가능성이 높으므로 배기통이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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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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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5-02-12 10:46:25

      일산화탄소 조심해야죠.목숨까지 빼앗아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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