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사랑, 맹인 사랑의 거인
“나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지 말라.” 그는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조용히 하늘로 떠났습니다. 충무공의 얘기가 아닙니다. 1995년 오늘(3월 7일) 아흔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한국 최초의 안과의사 공병우 박사의 유언이었습니다. 그는 “장례식도 치르지 말라. 쓸만한 장기와 시신은 모두 병원에 기증하라. 죽어서…
은행나무 열매로 사랑 확인하세요
땅이 풀린 것이 먼저였다 나뭇가지에 젖이 핑그르 돌고 껍질 속 벌레들이 꿈틀 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배고픈 새 날아들어 나무 쪼는 소리 산 메아리지고 문득 너를 생각하며 내 가슴 속에서 개구리들이 폴짝폴짝 뛴 것은 그 다음다음이었다 <주용일의 ‘경칩’ 전문>…
황사에 우울에 젖기보다는 할 일을 생각하시길
어제 날씨가 눅지는가 싶더니 전국에 눈, 비, 진눈깨비에 황사로 뒤덮였습니다. 오늘도 3월 하늘이 황사로 뒤덮인다고 하죠? 오늘은 정신건강에는 최악의 날입니다. 하늘이 잿빛으로 바뀌면 뇌에서 세라토닌 분비가 지장을 받아 우울해지기 쉽죠. 외출을 하지 못하는데다, 창문도 맘대로 열 수 없기 때문에…
윤일의 마음을 헤아려 보세요
오늘(2월 29일)은 편지가 늦었습니다. 오늘은 건강편지 호수와 날짜가 묘하게도 같은 날이면서, 4년 만에 한번씩 돌아오는 윤일(閏日)입니다. 생일 맞은 분은 의미가 남다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윤일이 포함된 윤년을 둔 이유는 양력과 하늘의 태양 위치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지구는 대략 365일…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적한 각인 이론
1989년 오늘(2월 27일) 오스트리아 빈의 한 병원에서 86세의 노인이 산소호흡기를 씌우려는 간호사를 꾸짖습니다. “잘 들으시오. 당신은 나를 방해하고 있어요. 나는 죽어간단 말이오.” 그리고 맥주 한 잔을 청해 마시고 조용히 잠들었습니다. 인근 알텐베르크에서 회고록을 구술하고 나서, 병원으로…
주치의 없는 취임식을 앞두고
오늘 오전 이명박 호(號)가 닻을 올립니다. 국민은 경제성장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세계경제의 고갱이에 있는 미국경제가 불안한데다 연초부터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정부조직 개편과 조각(組閣)에서의 논란 등 정치상황도 순탄하지만은 않은 듯 합니다. 차기 정부가 난관과 역경을 헤치고…
큰 지성인, 에밀 졸라
1898년 오늘(2월 23일)은 프랑스 법원이 에밀 졸라에게 명예훼손죄로 징역 1년형과 벌금 3,000프랑을 선고한 날입니다. 졸라는 한 달 전 <어둑새벽 L’Aurore> 지에 죄 없이 구속된 드레퓌스를 옹호하고 군부를 비판하는 ‘나는 고발한다(J'accuse)’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졸라는 1894년…
약으로도 쓰인 구황식품
“2008년 쥐의 해에 감자를 갉아 먹자”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주간 대니엘 프랭클린은 어느 칼럼에 썼습니다.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감자의 해’라며. UN은 감자의 원산지이며 국제감자센터가 둥지를 트고 있는 페루의 제안을 받아들여 식량으로서 감자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올해를 감자의…
위대한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1885년 오늘(2월 18일) 미국의 문호 마크 트웨인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출간했습니다. 문학 비평가들이 미국 최초의 걸작으로 꼽는 소설이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미국의 문학은 이 소설에서 시작했다"고까지 말했었죠.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왕자와 거지》등의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차가 나라를 흥하게 한다고 했는데
1977년 오늘(2월 15일) 남종화(南宗畵)의 대가 의재(毅齋) 허백련이 무등산 기슭 춘설헌에서 “내 손에 붓을 쥐어 달라”는 말을 남긴 채 86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남종화는 아시다시피 선비의 인격과 학문이 녹아 있는 문인화(文人畵)를 가리킵니다. 의재는 진도에서 보통학교를 다니다…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처음엔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자정에 불이 잡혔다는 소식을 확인하고 귀가했는데…. 신문을 든 손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불에 탄 기왓장 하나가 가슴을 누르는 듯, 숯덩이 서까래가 그 위에 툭 떨어지는 듯 했습니다. 눈시울, 눈가, 얼굴까지 빨개진 아내의 모습이 눈부처로 들어왔습니다. 울가망했습니다. 뇌에서 감정을…
커피도 약이 될 수 있다
1896년 오늘(2월 11일)은 명성황후가 일본 사무라이들에게 시해당한 뒤 고종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한 날입니다. 아관파천(俄館播遷)은 힘이 약한 조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고종은 아관파천을 통해 친일파를 숙청하고 일본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는 일시적으로 성공했지만 많은…
즐거운 고향길 되시기를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적선공덕행 실천해 보시죠
바람 잔 날 무료히 양지쪽에 나앉아서 한 방울 두 방울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내리는 추녀 물을 새어본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천원짜리 한 장 없이 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 흘러가는 물방울에 봄이 잦아들었다. <박형진의 ‘입춘단장’ 전문> 매운 날씨가 시나브로…
천연두 이기는 길에도 난관이 쌓여 있었다
세월이 쏜살같습니다. 벌써 2월입니다. 2월을 가리키는 ‘Feburary’는 정화(淨化), 깨끗하게 한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온 말입니다. 1935년 정화하는 달의 첫날, 송촌(松村) 지석영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송촌은 아시다시피 두창(痘瘡), 마마, 손님 등으로도 불린 천연두의 퇴치에 앞장 선…
나라를 먹여살린 광부와 간호사
1966년 오늘(1월 30일) ‘백의(白衣) 천사’ 128명이 서독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미 일부 한국 간호사들이 독일의 병원에 진출했지만, 정부가 외화 벌이를 위해 공식적으로 간호사들을 파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김포공항은 떠나는 딸, 환송나온 가족의 울음소리로 눈물바다가…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고 했다고?
1902년 오늘(1월 28일) 미국의 ‘철강 왕’ 앤드류 카네기가 워싱턴 DC에 카네기재단을 설립합니다. 초대 이사장은 존스홉킨스대 총장을 역임한 다니엘 코잇 길만. 이 재단은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네기는 스코틀랜드에서 가난한 수직공(手織工)의 아들로 태어나…
그들의 정신 덕분에 따뜻합니다
어제 참 추웠죠? 오늘도 어제만큼 춥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제시대 압록강을 건너 칼바람 부는 만주 땅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조상을 떠올리면, 요즘 추위는 추위라고 할 수도 없을 겁니다. 마침 1930년 어제(1월 24일)는 청산리전투의 주인공, 백야 김좌진 장군이 공산주의자 박상실(또는…
전곡류가 건강에는 좋답니다
“쌀로 정종(청주)을 만드는 일본, 쌀로 국수를 만드는 베트남처럼….” 어제 조간신문을 펼치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농어민 단체 대표와 만나 쌀의 효용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70년대까지 모자라 걱정이던 쌀이 남아돌아 농민도, 고향을 떠난 도시민도,…
성인을 따라 간 아들
어제 조간신문을 보다가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장가용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의 별세를 알리는 부고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장 교수는 ‘한국의 슈바이처’ ‘우리시대의 성인’으로 불린 성산(聖山) 장기려 선생의 차남입니다. 여러 상념이 스쳤습니다. 아, 이렇게 시대가 저무는구나! 1995년 성산이 별세했을 때가 엊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