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골 마모에 퇴행성 관절염까지 왔다면
# 경남 마산에서 가구점을 해온 최 씨(66)는 다른 곳은 괜찮은데 무릎이 항상 문제다. 가구를 주문받으면 이를 차에 실어 운송해주던 오랜 세월 탓이다. 아파트 고층까지 등에 지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도 잦다. 병원에선 “무릎 연골이 거의 다 닳았다” 했다. 최근엔 그냥 걷는 것조차 불편할 지경. 스테로이드 주사로 버텨왔지만, 얼굴이 붓는 등 후유증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연골이 완전히 다 닳았거나 어떤 이유로 관절 기능을 충분히 못 할 정도라면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하겠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라면 선택지가 여러 가지다.
연골의 50%를 차지하는 핵심 성분이 바로 콜라겐(Collagen). 연골의 강도와 유연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손상된 연골 부위에 콜라겐을 보충하면 연골 세포가 새롭게 재생되는 것은 그런 때문. 또한, 몸 안의 ‘성장 인자’(Growth Factor)를 끌어들여 손상된 조직 재생을 더 가속한다.
무릎을 절개하지 않고 주사로 콜라겐을 보충해주는 연골재생술이 임상에 쓰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벌써 10년도 넘었다. 건강보험의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폭넓게 쓰인다. 일정 조건이 맞다면, 실손보험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척추나 관절 병원들에선 관절 내시경을 통해 최소침습으로 진행한다. 남아있는 연골에 미세한 구멍을 내 연골 재생을 촉진하는 ‘미세천공술’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뚫은 구멍에 콜라겐을 주사하는 것. 연골 재생을 촉진하는 과정이다.
고농도 콜라겐 주사요법, 연골 재생 효과 기대
이에 무릎 연골 손상뿐만 아니라, 팔꿈치, 어깨 등 다양한 관절의 연골 재생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경남 창원제일종합병원 정형외과 원호연 진료원장은 “노령층 퇴행성 관절염은 물론 오십견이나 테니스 엘보, 골프 엘보, 거기다 인대 손상 같은 외상까지 두루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척추관협착증이나 허리, 목 디스크에도 가능하다.
최근 연구에서 콜라겐 주사로 치료받은 족저근막염 환자들에서 통증 점수가 크게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원호연 원장은 “젊거나 관절염이 초기인 환자에겐 그 효과가 더 극적으로 나오겠지만, 연골판이 찢어졌거나 관절염이 중등도 이하(Kellgren-Lawrence grade 1~3) 환자에게도 두루 도움이 된다”고 했다.
콜라겐 농도가 높을수록 효과는 더 뚜렷하다. 이전엔 주사제로는 3%나 6%짜리가 널리 쓰였으나 지난해 말부턴 9% 고농도 콜라겐 주사도 가능해졌다. 고가의 줄기세포 치료제와는 달리 조금 더 대중적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물론, 연골이 닳았다고 콜라겐 주사가 모든 경우에 더 효과적이라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 환자의 나이나 상태, 관절염의 진행 정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