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암 치료 패러다임 바꿀 '플래시 빔', 올해 국산화 가능성 더 높인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경상국립대와 강아지 피부암 치료 연구 착수

방사선 암 치료 패러다임 바꿀 '플래시 빔', 올해 국산화 가능성 더 높인다
방사선은 수술, 항암제와 함께 암 치료의 3대 축으로 떠올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류가 암(癌)이라는 난제와 싸운 지 수십 년이 흘렀다. 암 수술부터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치료는 지금까지 암 치료의 3대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 방사선치료는 방사선으로 암세포 DNA에 손상을 입혀 세포가 자살하게 유도하거나 비정상적인 세포분열을 억누른다. 암 조직을 없애고,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것.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암세포 주변 건강한 조직과 세포에 손상을 입히면서 여러 부작용을 일으킨다. 치료 기간이 길어 환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준다는 것도 단점이다.

그런 방사선치료의 한계를 뛰어넘어보려는 게 바로 ‘플래시 빔’(Flash Beam, 암 치료용 엑스선). 엄청나게 높은 초고선량률(UHDR, Ultra-High Dose Rate) 방사선을 고강도로 순식간에 쏘아 암세포만을 정밀 타격한다.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치료 기간도 짧다. 부작용도 거의 없다.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그런 ‘플래시 효과’(Flash Effect) 덕분에 전 세계에서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위스 PSI(Paul Scherrer Institute), 미국 스탠퍼드대, 프랑스 구스타브 루시 연구소 등이 이를 정밀 탐구하온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 타이베이 등의 유명 연구기관들까지 대거 나서 이 새로운 금맥(金脈)을 찾고 있다. 치열한 경쟁 구도다.

대한민국 Flash Beam 연구의 새 지평을 열다

국내에선 한국원자력의학원,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 등이 수년 전부터 ‘플래시 빔’ 개발에 나섰다. 쥐(mouse) 실험 등 초보적인 동물 임상연구에도 착수한 상태.

하지만 그 시발점은 부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2019년 자체 개발한 전자가속기를 활용해 플래시 전자빔을 완성했고, 이듬해 이를 논문(*)으로도 발표했다. 국내 최초였다. (* “6-MeV C-밴드 선형가속기로부터 초고선량률 전자빔 구현을 통한 전임상연구”, Journal of Instrumentation, 제15권, 2020년 9월)

쥐 실험을 통해선 폐나 심장 조직 섬유화가 현저히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필름계측법(Film dosimetry) 실험을 통해선 방사선 세기가 초(秒)당 40그레이(Gy/sec) 이상, 최대 162Gy/sec 나오는 것도 확인했다. 이것도 학회 학술지에 발표했다. 자체 개발한 가속기의 실용화 가능성을 두루 확인해본 셈이다.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만우 의학물리연구팀장은 “플래시 빔은 암세포를 제거하면서도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암 치료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면서 “특히 국산 기술로 개발된 치료 장비는 생산 비용을 낮추고 한국 의료기술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도 된다”고 했다.

동물 임상연구에 등장한 플래시 빔’, 올해 한 단계 더 도약한다

올해부턴 그 연구에 더 박차를 가한다. 동물 피부와 종양을 대상으로 플래시 효과 검증에도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미 경상국립대 동물의료원(원장 황태성)과 반려동물 피부암 임상연구에도 이미 진입했다. 피부암을 가진 강아지의 치료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이 목표. 동물의료원과 ‘방사선 의과학 공동연구 및 기술협력’ MOU를 체결(2024년 08월)한 것이 발판이 됐다.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현재 동물모델 연구는 순조로운 편이다. 이 팀장은 “현재는 특정 암, 특정 부위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향후 정상 조직과 종양 간의 플래시 효과를 평가하는 등 암 치료의 조건 최적화 연구로 나아갈 예정”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동물병원에서의 암 치료는 5~10년 이내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물은 5~10, 사람은 10~15년 후면 치료 가능할 것

물론 사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암 치료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의 안전성 검증, 임상시험, 규제 승인 등 여러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

기술적인 난제도 남아있다. 현재의 기술로 사람에 쓸 플래시 빔을 발생시키려면 매우 많은 전자가속기가 있어야 한다.

“기존 방사선치료기가 쏠 수 있는 선량이 분(分)당 2Gy/min, 최대 8Gy/min에 불과해 초당 40Gy/sec 이상의 빔을 쏘려면 300대의 전자가속관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 이유로 플래시 빔을 이용한 암 치료를 사람 임상현장에서 상용화하기까지는 앞으로도 10년에서 15년 정도가 더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만우 팀장은 “최근의 기술적 기반과 연구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플래시 빔 국산화 가능성은 크다”면서 "연구의 질적 전환점이 될 올해는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 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플래시 빔 연구개발이 우리 K-의료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릴, 또 하나의 금자탑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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