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은 여자 10명 중 4명이 겪었다는, 망측한 ‘이것’
부산 온종합병원 요실금클리닉 김규관 소장(산부인과)은 “요실금은 나이와 상관없고, 특히 중년 이후의 여성이나 신경학적 질환이 있는 노인에서 흔하다”고 했다. 어떤 의미에선 ‘출산의 상흔(傷痕)’과도 같은 요실금은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심각한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크게 위협한다.
원인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다. ‘복압성’ 요실금은 기침, 재채기, 줄넘기 등 갑작스럽게 복압이 증가할 때 방광의 수축 없이 소변이 누출된다. 분만 후나 노화로 골반 근육이 약화하여 방광과 요도를 충분히 지지해주지 못하거나, 요도 자체의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 발생한다.
그에 비해 ‘절박성’ 요실금은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강하고 참기 어려워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에 소변이 누출된다. 급성방광염, 신경질환, 당뇨병, 전립선비대증 등이 원인일 수 있다.
그 외에도 복압성과 절박성이 혼합된 ‘혼합성’ 요실금, 방광의 저장 용량이 넘쳐서 소변이 흘러넘치는 ‘범람성’ 요실금, 뇌경색, 척수손상, 다발성 경화증 등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말초신경계 질환, 자궁암, 직장암 수술 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일과성’ 요실금도 있다. 또한, 신경계통이나 요도 괄약근에는 이상이 없지만,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인성’ 요실금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여성의 41.2%가 요실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요실금 증상을 경험한 여성 중 77.3%는 기침이나 재채기, 줄넘기 등을 할 때 소변이 새는 복압성 요실금 증상을 겪었다. 또 20.2%는 절박성 요실금, 2.5%는 혼합성 요실금 증상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인 방법과 수술적인 방법으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로 케겔운동은 괄약근을 튼튼하게 만드는 운동으로, 요도와 질, 항문을 감싸고 지탱하는 골반 바닥 근육을 강화한다. 꾸준히 시행하면 요실금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으나, 치료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거나 요도의 괄약근을 강화하는 약물치료는 복압성 요실금이나 절박성, 혼합성 요실금에 효과적이다. 골반 근육에 전기 자극을 주어 근육을 강화하는 전기 자극치료도 요실금의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수술을 원하지 않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자기장(磁氣場)을 이용하여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자기장 치료도 전기 자극치료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치료 기간이 짧고 통증이 적다.
수술을 하자면 TOT나 TVT가 회복 빨라
반면, 요실금의 정도가 심하거나, 비수술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환자는 수술을 받게 된다. 먼저, 복압성 요실금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TOT(Transobturator tape) 수술은 요도를 받쳐주어 소변 누출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절개 부위가 작고 회복이 빠르며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TVT(Tension free vaginal tape) 수술은 TOT와 유사한 방식으로 테이프를 위치시키지만, 테이프가 들어가는 방향이 다르다. 이는 요도의 지지력을 강화하여 요실금을 치료한다.
이렇게 체크해보세요
요실금은 자가진단이 가능하다. 다음 몇 가지 증상 가운데 한 가지라도 해당한다면 요실금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소변이 새어 나온 적이 있는지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고 바로 화장실을 가야 하는지
△화장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변을 흘리는 경우가 있는지
△줄넘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소변이 새어 나온 적이 있는지
△소변을 보아도 시원하지 않고 남아있는 느낌이 있는지
△하루에 8회 이상 소변을 보는지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 횟수가 하루 저녁에 2회를 넘는지
집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예방법도 있다
먼저 골반 근육운동(케겔운동). 소변을 참을 때처럼 질을 5초 동안 수축했다가 긴장을 푸는 것을 반복한다. 처음에는 10회씩 반복하고, 점차 수축 시간과 횟수를 늘려 가면 된다.
걷기도 하체 근육을 강화하고, 골반 근육을 자극하여 요실금 예방에 효과적이다.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걷는 것이 좋다.
수영은 전신 운동으로, 골반 근육을 강화함으로써 요실금 예방에도 도움 된다. 요가나 스트레칭도 꾸준히 하면 골반 근육 강화와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요실금을 예방한다.
요실금, ‘출산의 상흔’인가 ‘어머니의 훈장’인가?
김 소장은 3일 “자칫하면 너무나 부끄러운 치부로 볼 수도 있겠지만, 요실금이 대개 ‘출산의 상흔’으로 남은 것인 만큼 ‘어머니의 훈장’으로 바꿔 부를 수도 있다”며 “부끄러워 말고 적극적인 치료로 일상생활의 즐거움을 더 누릴 수 있도록 본인의 결단뿐 아니라 가족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했다.